우대식



용서하라
용서하라
용서하시라
이 가을날 나의 사랑을
얼마 남지 않은 저 잔광의 빛으로
당신을 몰고 가는 일
그것이 내 연애법이다
그 몰입에 얼마나 당신이 괴로워했을 줄
모든 빛이 꺼지고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처럼
당신과 내가 어느 풀밭에 앉아 있다 하자
젓가락을 들어 당신은 내 입에 음식을 넣어준다
음식 밑에 바쳐진 당신의 왼손
그 아래로 그늘이 진다
왼손의 그늘,
지상에서 내 삶이란
당신이 만들어준 왼손의 그늘에서 놀다 가는 일
놀다가 가끔 당신이 그리워 우는 일
코스모스처럼 내 등을 툭 한번 쳐보다가
돌아가는 당신의 늦은 귀가
그림자가 사라질 때
나의 연애는
파탄의 골목길
용재 오닐의 비올라 소리 같은 깊고 슬픈
당신의 오랜 귀가

△시집 ‘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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