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전이 27일 시작되면서 선거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1219일 선거일까지 남은 공식선거운동기간은 대한민국의 미래 5년을 선택하기 위한 짧지만 소중한 시간이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위탁할 지도자를 뽑는 대사를 앞두고 유권자 모두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함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자동차 한 대를 구입할 때 이리 재고 저리 따져보는 깐깐함은 소비자 개인의 기호와 선택에 국한되며, 자신의 선택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시장에 내다팔면 그만이다. 그러나 대통령을 뽑는 일은 5년의 시간을 온전히 특정 지도자에게 맡기겠다는 구속력 있는 의사표시다. 나아가 국민의 총합적 삶의 질과 나라의 운명을 통째로 맡기는 고도의 정치행위다.

차기 대통령을 뽑는 기준은 유권자마다 다를 테지만, 최대한 보편타당한 잣대를 적용할 필요성은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다. 후보의 출신 지역 혹은 조작된 이미지에 휩쓸리거나, 진영의 논리에 매몰돼 한 표를 행사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 정치철학과 정책비전, 의사결정과 소통 능력 등 국가 최고 리더십의 구성요소 전반을 면밀히 살펴보는 일은 기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야 후보들이 내세운 정책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후보 주변의 인물들을 꼼꼼히 따져서 옥석을 가린 뒤 투표를 하는 게 그나마 잘못된 선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후보가 내세운 각종 정책공약은 임기 5년의 로드맵이며, 후보 주변의 인물은 이를 집행해 나갈 잠재적 인재풀이기 때문이다.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사퇴로 크게 불어난 부동층의 표심 향배도 관심이다. 이들 새로운 부동층이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결정적인 변수로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던 안철수 전 후보의 퇴장으로 당장엔 마음 둘 곳이 없겠지만, ‘기권보다는 차선을 택하는 전략적 투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감히 제안한다. 새 정치 구현을 추구했던 안 전 후보의 가치와 정책적 요소가 어느 쪽에 더 많이 반영될지를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안철수의 쇄신안을 반영하겠다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의 새 정치를 꼭 실천하겠다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사이에서 진정성 있는 쪽을 가려내는 일에 부동층 유권자들이 노력하길 기대한다.

유권자들은 이제 20일 동안 진행되는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후보들이 발신하는 긍정의 메시지에 눈과 귀를 열어두길 권한다. 상대후보를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비방전에는 매몰차게 등을 돌려야 한다. 선거판이 혼탁해질수록 유권자들의 판단은 이성 보다는 감성의 지배를 받기 십상이다. 이런 틈새를 이용해 막바지 흑색선전과 묻지마 폭로전을 시도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표로 응징해야 구태의 고질적인 사슬을 끊을 수 있다. 누가 되어도 마찬가지라는 국외자적 태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투표는 권리인 동시에 의무다. 더 나은 후보를 고르는 일은 주권자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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