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의사들 2주 연속 토요일 휴무
17일부터는 무기한 진료 거부 예고

속보=동네 병·의원들이 정부의 수가(진료비) 인상과 포괄수가제 철회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4일에 이어 1일에도 집단 진료 휴무에 들어갔다. 보건당국의 무관심에 오는 5일부터 병·의원들의 집단행동이 예고됨에 따라 '의료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월 28일자 4면

충북도의사회 관계자는 "지역 병·의원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토요일 진료거부 파업이 진행됐다"며 "현재로서는 아직 파업참여율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3일 오후 3시 현재 첫 휴무 때(59%) 보다 10% 정도 낮은 50%대의 휴무 참석률을 보인 것으로 도 의사회 등은 보고 있다.

앞서 첫 토요휴무가 진행된 지난달 24일의 경우에는 도내 700여 개원의 중 59%(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추산)가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소 동네 의원의 토요일 휴진율이 10% 안팎인데다 청주와 충주 등의 경우 개인 소규모 의원보다 동업형 의원이 많고, 환자들의 대학병원 등 선호도가 높아 파업참여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그러나 주중 근무를 하느라 주로 토요일에 의원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일부 병원의 경우 휴진에 대한 안내문조차 걸지 않아 시민들의 원성은 더 높았다.

직장인 고진구(38·청주시 우암동)씨는 1일 오후 갑자기 딸(3)이 고열에 시달리자 급히 동네 가정의학과를 찾았지만, 별 다른 안내 없이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고 토로했다.

고씨는 "지난 주말 파업소식을 들었지만, 이번 주에도 휴무가 이어지는 것인지는 몰랐다"며 "미리 안내만 해줬다면 열이 심하게 나는 아이를 안고 인근 소아과를 도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진행된 의원들의 집단 휴무였으나 충북도 등 지자체 대처도 아쉬웠다. 도는 물론, 청주시 등 도내 일선 시군들도 도민들에게 병·의원 휴업과 관련한 소식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으며, 문을 여는 병원을 파악해 알려주는 등의 노력도 소홀히 해 시민들을 더욱 불편하게 했다.

보건소 비상근무도 거의 없었다. 2차 집단 휴무가 진행된 1일 도내 대부분의 보건소도 문을 닫았다. 앞서 1차 휴무 때도 도내 보건소 13곳, 보건지소 95곳 중 옥천·제천·음성·보은 등 4곳을 제외한 도내 대부분의 보건소가 비상근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은 수가(진료비) 결정 구조 개선, 전공의(인턴·레지던트)와 봉직의(고용 의사) 근로조건 개선, 성분명 처방·총액계약제(연간 진료비 총액 상한제) 추진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휴업에 정부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으면서 의사들은 더욱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토요 휴진'과 더불어 오는 5일부터는 '수요 휴진' 등 8시간 근무투쟁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도내 병·의원들도 일제히 문을 닫고 시군구 의사회별 총회를 열 계획이다.

의협은 또 협상이 진척되지 않을 경우 오는 12일 '종일 휴업'에 나서고, 17일부터는 무기한 전면 휴·폐업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해 '의료대란'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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