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란' 여파 철저히 반응자제…물밑에서만 '촉각'

 

 

'검란(檢亂)'으로 불린 사상 초유의 검찰 지휘부 내분사태가 일단락되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동시에 고강도 검찰개혁안을 내놓아 누가 당선되더라도 차기정부에서 대대적인 검찰개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상대 검찰총장의 사퇴로 수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나온 정치권의 개혁안에 대해 검찰은 철저하게 반응을 자제하는 가운데 물밑으로만 개혁안의 성격과 향후 전개방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일 오전 여야 대선후보가 잇따라 검찰개혁안을 발표했으나 검찰은 일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검 대변인실은 "양당 대선후보가 발표한 검찰개혁방안에 관해 검찰이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무슨 할 말이 있겠나"라며 "(정치인들이 한 공약에 대해)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현직검사 수뢰, 성추문 사건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받은 데 이어 검찰총장ㆍ중수부장의 충돌과 집단 항명에 가까운 파동의 여파로 큰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검찰이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로서는 현 상황에서 개혁을 거스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검찰 측 입장을 강하게 내세우기는 더더욱 어려운 사정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양당이 제시한 구체적인 개혁안에 대해서도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에 대해 중수부 관계자는 "노코멘트"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총장 퇴진을 부른 중수부 존폐에 대해 찬반 견해를 밝히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인사위원회에 외부 인사 참여를 확대하고 실질적인 인사권을 부여하겠다는 양당 후보의 개혁안에 대해서도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할 말이 없다"면서 "다만 검찰인사위원회는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위기에 처한 검찰 조직의 상황을 이용한 성급한 개혁이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안에 대해 수도권의 한 평검사는 "권력형 비리는 통상 기업 수사 과정에서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만 전문으로 한다는 건데 (기업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과연 어디서 정보를 얻어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고 대신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을 분리하는 등 경찰을 통제할 방법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면서 "정권의 직접적 영향력 아래에 있는 행정안전부 소속의 경찰에 수사권을 맡기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에도 검찰 내부에서는 개혁안에 대한 논의가 이미 검찰의 손을 떠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한상대 총장이 개혁안 발표를 취소하고 사퇴한 상황에서 직무대행을 하는 대검 차장 주재하에 개혁안을 마련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면서 "새 정권이 들어서고 총장이 임명돼야 검찰의 입장이 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검 관계자는 "제도 개혁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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