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유


집 안의 딱지처럼 굳은 먼지를 발견하는 데 십년이 걸렸다
처음엔 흰 날개로 부유하다가 소리 없이 내려앉았을 먼지들
쌓이고 쌓여서 회색으로 변한 포개어진 먼지들
창 틈 모서리 그리고 맨 꼭대기
잘 보이지 않는,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한 십년 쯤, 먼지들은 시간의 습기로 검은 돌처럼 붙어있었다
놀랍고 무서운 먼지의 힘한테 나는 질질 끌려 다녔다
닦아내지 않은, 먼지와 살아 온 십년 동안 묵은 때는 진화 했구나
딱딱하게 굳은 먼지는 잘 닦아지지 않았다
그것은 내 생의 허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발견되지 않는 내 안의 허점들
오래도록 발견되지 않은 먼지들이
집에 들른 사람들 눈에는 금방 발견되는 것처럼
남들이 아는 허점도 나는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잘못 살아온 날들, 잘못 생각한 것들, 잘못 내뱉은 말들
딱딱한 먼지보다 내 안은 더 검게 진화 했을 것이다
캄캄한 심해보다 더 어두웠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나도 먼지로 가라앉아 있을 거라고
나의 허점도 미세한 입자에서 거대한 암석으로 굳어있다고
먼지는 가르쳐주고 있었다
 
△시집 ‘ 이른 아침 사과는 발작을 일으킨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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