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비전은 온데간데없고 경쟁 후보에 대한 비방과 음해만 난무하고 있다.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도약과 발전을 위한 정책 제시보다는, 과거에 함몰된 억지논리에 매몰돼 정서를 자극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 박근혜 대 문재인이란 미래권력 후보간 대결 구도는 실종된 채 이명박 대 노무현이란 과거 권력의 실정론이 대선 경쟁이 주류가 돼버렸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에 대해 노무현 정부 실패론으로 공략하고 있다. 문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친노 정권의 부활이란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중산층과 서민을 고통의 지옥으로 몰아넣고 끔찍한 민생파탄을 일으켰다문 후보와 민주당은 마치 노동자의 편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노동계를 아프게 했고 노동자들에 상처를 줬다는 게 문 후보에 대한 새누리당의 전술 핵심이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향해 ‘MB·박근혜 공동책임론을 주장하면서 공세를 펴고 있다.

박 후보가 MB정권을 공격한다고 해서 5년 실정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박 후보는 MB정권이 실패했다고 할 게 아니라 나에게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고백하는 것이 국민들 앞에 떳떳한 것이라는 걸 알기 바란다고 박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식 정치, 부패공화국,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로 대표되는 박 후보에게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겨냥했다.

이같은 양 당의 정치 공방은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들은 18대 대선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갈 지도자가 탄생하길 희망하고 기대한다. 무너진 서민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이념과 정치논리로 갈라진 민심을 통합하고, 이 나라 이 민족을 번영과 성장의 내일로 견인해 나갈 정치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선 과거의 공과에 집착하고, 정치적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보다는 과거에 대한 진솔한 참회와 미래지향적 가치 제시를 통해 국민에게 희망과 기대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

이를 통해 국민의 준엄한 선택을 받는 것이 대선이다. 그럼에도 양 당은 과거론에 매몰돼 비판적 국민정서를 자극,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모두 과거 정권에서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무너뜨린 실패한 정권임은 부정할 수 없다.

18대 대선은 과거 정부의 실정을 다시 끄집어내 비난하고 비판하는 정치토론회가 아닌, 정치적 실패를 거울삼아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고 새로운 미래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의 선택을 호소하는 과정이다.

수없는 실패 속에서도 국민들이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같은 정치를 답습하지 않는 정치 지도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양 진영은 과거론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합하는 길임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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