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서 대선후보 벽보 14곳 훼손한 30대 검거
경찰, 충청권서 17건 적발…구속영장신청 등 강력 대응
"비웃는 것 같아서"…대부분 10대 호기심·장난 등 이유


3일 청주의 한 아파트 입구에 부착된 대선 벽보 중 기호 4번 박종선 후보와 5번 김소연 후보의 벽보가 사라진채 방치돼 있다.<사진/임동빈>



18대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대전과 충북·충남, 세종지역에서 후보자들의 벽보가 찢기는 등 훼손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선거벽보 훼손 행위 잇따라

괴산경찰서는 3일 대선후보의 벽보와 현수막 등을 훼손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심모(39)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심씨는 지난 2일 오후 7시께 증평군 증평읍 교동리 증평체육관 인근에서 선거벽보 10장을 찢고 현수막 4장을 떼어낸 혐의다. 심씨는 현재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경찰은 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지난 1일 오후 3시께는 광혜원면 광혜원리 한 빌라 벽에 붙어 있는 무소속 강지원 후보의 벽보가 찢어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또 2일 오후 5시께는 청주시 상당구 탑동의 한 아파트 울타리에 게시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벽보가 찢어진 채 발견됐으며, 비슷한 시간 이곳에서 1㎞ 정도 떨어진 교회 벽에 걸린 선거벽보도 낙서로 훼손됐다.

대전과 충남, 세종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2일 오후 1시 40분께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 한 교각 인근에 있던 선거벽보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했다. 앞서 1일 밤 11시 40분께는 서구 도마동 한 아파트 담벼락에 부착된 벽보가 찢긴 채 발견됐다.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한 상가에 부착된 선거벽보도 벽보 부착일인 지난달 30일 훼손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 특정 후보의 벽보를 훼손한 혐의로 중학생 A(15)군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 밖에 논산과 천안, 아산 등 충남지역 10곳에서도 벽보를 찢거나 칼로 도려내는 등 훼손행위가 잇따라 경찰은 CCTV 분석과 탐문 수사 등을 통해 용의자들의 뒤를 쫓고 있다.

◇충청 17건…호기심·장난 대부분

경찰청에 따르면 대전과 충남에서 11건씩, 충북에서 6건의 선거벽보·현수막 훼손사건이 발생했다. 전국에선 경기가 57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29건), 전남(12건) 등의 순이었다.

경찰은 이날까지 대선·현수막 벽보를 훼손한 혐의로 36명을 붙잡아 1명을 구속하고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나머지 33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연령별로는 10대 이하가 11명으로 가장 많고, 20대와 30대, 50대 이상이 각각 7명씩, 40대 4명 등으로 나타났다. 훼손 동기는 호기심·장난 등 기타 이유가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업방해(4명), 주취(4명), 특정후보·정당 불만(4명) 등으로 파악됐다.

실제 옥천경찰서가 선거벽보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고교생 ㅈ(19)군은 경찰조사에서 "선거벽보 사진이 나를 비웃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선거운동 과열로 발생하는 선거벽보·현수막 훼손, 무단철거에 대한 순찰활동과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의 경우 지난달 문을 연 선거경비상황실을 통해 24시간 취약시간대 현수막·선거벽보 설치장소의 예방순찰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선거범죄에 대해서도 강력 대처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깨끗하고 올바른 선거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선거현수막 훼손 등 선거범죄행위를 발견하면 가까운 경찰서 등에 신고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직선거법은 벽보·현수막 등 후보자의 선전시설물을 정당한 사유 없이 훼손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래수·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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