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내년 예산안 처리가 법정처리 시한을 넘겼다. ·야가 당초 대통령 선거 일정을 감안해 내년도 예산안을 1122일까지 처리하겠다고 합의했지만 법정시한(122) 마저 지키지 못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의 의석수를 둘러싸고 시간을 끌면서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정기국회가 9일까지 열리는 만큼 형식상으로는 다음 주 처리도 가능하지만 현재의 정치일정상 대선 전까지 예산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국회가 헌법을 위반해 예산안을 늑장처리 하는 형태가 올해로 10년째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밥 먹듯이 법을 어기는 형태가 으레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있다.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며 남다른 각오를 보였던 이번 19대 국회에서도 예산안은 어김없이 정략의 불모가 됐다.

현재 계수조정소위가 가까스로 구성돼 가동되고 있기는 하지만 예산 삭감·증액을 놓고 보류된 쟁점 항목이 적지 않다.

게다가 예산안과 함께 처리해야 하는 세법 개정안이 걸림돌로 작용해 대선 전 예산안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 예산안은 서민생활 안정과 일자리 창출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서민과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 1월 초 즉시 집행하려면 법정 시한 내 예산안이 통과돼 한다. 경기침체나 경제위기로 많은 국민이 고통 받고 있는 시기에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가 더욱 절실한 셈이다.

그런데 입법기관인 국회가 이번에도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이러한 사태가 2003년 이후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수출이 급감하고 내수가 부진해 이를 타개하지 못하면 내년에는 더 혹독한 경기침체를 겪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재정의 경기 진작이 역할이 여전히 중요한 때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의 예산 집행과 사업추진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취약계층 지원사업과 일자리 창출사업 등이 지연되고 서민들의 생계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예산안을 심의할 때 시간에 쫓기다 보면 졸속으로 처리할 공산도 크다. 국민의 혈세가 불필요한 곳에 낭비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예산안 심의를 법정시한 내에 마쳐야 하는 것은 국회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자 의무다.

국회는 세비증액 안건은 거침없이 통과시키면서 나라살림에 대해서는 번번이 발목을 잡는다. 각 정당 대선후보와 의원들은 입만 열면 민생을 내세우고 있으나 지키지는 못하고 있다. ‘언행일치(言行一致)’가 이뤄져야 할 때다. 여야는 무엇보다 민생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새해 예산안을 철저하고도 빠르게 처리해 더는 국민을 절망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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