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여의사와 소방관의 로맨틱 드라마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여의사와 소방관의 로맨틱 드라마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조합이 영화에서는 꽤 납득이 되게 그려졌다. 한효주·고수 주연의 영화 반창꼬얘기다.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와 정통 멜로 드라마의 중간 지점에서 영리하게 줄타기를 하며 관객을 서서히 이야기에 몰입시킨다.

특히 의사 역을 맡은 한효주는 능청스러움과 진지함을 오가며 웃음과 눈물이라는 두 가지 약을 적절하게 처방한다.

외과의사 미수’(한효주 분)는 응급실에 들어온 여자 환자에게 구타 흔적이 있다는 이유로 가정폭력을 의심해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살펴보지 않고 돌려보낸다.

잠시 뒤 환자는 위중한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 오고 미수의 오진이었음이 드러난다. 흥분한 남편은 의사들에게 달려들고 이를 말리는 소방대원 강일’(고수)의 얼굴에 상처를 낸다.

미수는 의사 면허를 박탈당할 위기에서 환자 남편의 폭력성을 입증해야 소송에서 이길 수 있다는 변호사의 조언에 강일을 찾아가 남편에 대한 고소를 종용한다.

하지만 아내와 사별하고 마음이 돌처럼 굳은 강일은 비슷한 처지인 환자 남편을 두둔하며 미수를 쫓아낸다. 미수는 강일을 꼬시는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끈질기게 들이댄다.

로맨스 장르에서는 드물게 의료사고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여자의 불순한 의도 때문에 영화 초반 관객에게 거부감을 일으킨다.

의사로서 지위를 지키겠다고 환자와 가족의 고통은 나몰라라 하고 용서를 빌기는커녕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행태는 아무리 예쁜 주인공이라도 공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상처 입은 남자 주인공처럼 관객의 닫힌 마음도 여주인공의 끈질기고 능청스러운 구애에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딱딱한 긴장을 푸는 것은 역시 코미디다. 한효주가 한강 다리에 올라가 소동을 벌이는 장면이나 고수에게 술을 먹이고 건달들과 싸움질을 하는 장면 등은 큰 웃음을 준다. 경찰서에 끌려가서도 경찰관들에게 봐 주시면 안돼요?”라고 능청스레 애교를 부리는 그녀는 여자가 봐도 사랑스럽다.

착한 대사만 읊어왔던 그 입으로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은 욕 ‘XX’을 걸쭉하게 뱉어내는 순간, 관객은 웃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한효주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누구나 예상 가능하듯 두 남녀는 결국 진짜 사랑에 빠진다. 동시에 여자는 자신의 애초 불순한 의도와 목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두 사람의 가치관 차이에서 오는 헤어짐, 남자가 인명 구조를 하며 겪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영화 후반부를 슬픈 멜로와 진지한 드라마로 이끈다.

특히 의사인 여자와 소방관인 남자가 생명의 가치라는 문제를 놓고 고뇌하는 모습은 꽤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내가 계속 의사 일을 하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거야라고 강변하던 여자는 자기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단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구하려 애쓰는 남자를 보며 자신이 틀렸음을 깨닫는다.

다른 설정이었다면 비현실적으로 보일 남자주인공의 인간애와 이타성은 소방관이라는 직업으로 인해 설득력을 얻고 울림을 준다.

다만, 마지막 장면을 비롯해 로맨스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상투적인 장면들도 눈에 띈다. 여주인공에게 뇌종양이 있다는 설정도 조금 안이해 보인다.

애자’(2009)로 데뷔한 정기훈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19일 개봉. 상영시간 120.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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