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와 도교육청이 내년도 초·중학교 무상급식비 분담을 놓고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는 등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충북도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 심의에서 무상급식비 27억원을 감액하자 교육청이 지난 4일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강경하게 맞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도와 교육청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서로가 잘못이라며 과거와 달리 연일공방전을 펼치고 있어 2014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도와 교육청은 내년도 무상급식 총액을 각각 881억원(식품비 547억원, 운영비 46억원, 인건비 288억원)과 946억원(식품비 560억원, 운영비 71억원, 인건비 315억원)으로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도와 합의하지 않은 사업비(신설수당, 운영비 과다요구분)를 추가하자는 입장이고, 도는 기존 합의대로 하자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충북도 입장

도는 도교육청이 요구하는 내년도 무상급식 인상분 53억원을 추가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도 김진형 정책기획관은 4일 “무상급식비 총액에 변동이 있을 때는 양 기관이 매년 합의해 결정해야 한다”며 “도교육청이 합의되지 않은 예산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며 무상급식 중단 등을 밝힌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도는 교육청이 내년부터 무기계약직 급식종사자들에게 지급한다며 5개 신설수당을 인건비에 삽입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 기획관은 “도가 합의해준 인건비 288억원 외에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삽입한 신설수당은 도와 시군의 무기계약직 1946명에게도 지급하지 못하는 처우개선비”라며 “형평성 논란이 우려되기 때문에 사업비에 절대 포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청이 산출기초 등 근거자료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올 운영비(44억원)를 55.5% 인상하겠다고 하는 점도 과도한 요구”라며 “도는 물가상승률 4%를 반영한 46억원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국회 예결위에서 특성화고 장학금 부담분 1264억원을 교과부가 부담토록 하고, 지원 액수만큼 급식지원에 사용토록 해 교육청은 이 중 45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며 “올해 무상급식 총액결정시 제외하고 분담해야 했으나 이러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 입장

도교육청은 “도가 2010년 10월 양측이 합의한 원칙을 무시하고 내년도 무상급식 총예산(946억원)의 50%를 내지 않으면 부족분에 대해서는 학부모에게 부담시킬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태도다.

도교육청은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시행을 먼저 요구하고, 그 성과를 홍보했던 도가 시행 2년 만에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50대50 부담원칙을 지키지 않고 (우리에게) 추가적인 경비부담을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가 식품비 인상률을 식품물가지수 8.1%가 아닌 생활물가지수 5.6%를 반영해 당초 933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이 금액의 40%만 부담하겠다고 하다가 양 기관장의 합의원칙 50대50에서 어긋나자 총액을 53억원으로 낮추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다.

특별교부금 1500억원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인구비례에 따라 3% 지원될 경우 45억원 정도”라며 “이 돈은 급식시설 환경개선비로 사용될 예정으로 도와 합의한 무상급식 경비에 포함되는 예산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교육청은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27억원의 예산을 삭감한 심의안이 오는 11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그대로 통과할 경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대도민 토론회 제안과 해결이 안 될 경우 전면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충북도의회 입장

도의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예산 심의·의결권은 의회의 고유권한임에도 교육청이 ‘예산조정의 원칙 위배’, ‘감사원 감사 청구’ 등을 운운한 것은 도민의 대표기관인 도의회를 경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도의회는 “내년도 무상급식비를 놓고 마찰을 빚은 도와 교육청이 각각의 예산을 일방적으로 도의회에 제출했고, 중재나 협조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지역인재를 양성하는 차원에서 서로 양보하는 미덕으로 슬기롭게 합의를 이끌어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벌써부터 지방선거 기 싸움

어느 한쪽이 상대방을 비난하면 다른 한쪽이 곧바로 맞받아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면서 양측의 감정의 골도 점차 깊어지고 있는 것은 2014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기 싸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통합당 소속 이시종 지사는 재선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으며,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이기용 교육감은 지방선거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지역 정가와 양 기관에 따르면 다음 지방선거에서 이 지사의 새로운 대항마로 이 교육감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분분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 걸고 당선 된 뒤 ‘구애’와 ‘소통’으로 지난 2년 간 별 탈 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최근 이 교육감의 출마설이 확산되면서 청주고 선·후배가 각종 행사장에서 예전과 달리 서로를 의식한 듯 서먹하다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 양 기관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영수·오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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