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에 대규모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7일로 만 5년이 된다. 천혜의 자연생태계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바다에 의존해 어선과 양식업, 맨손어업, 음식·숙박업에 종사하던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다행히 전국에서 몰려든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희생적인 방제활동에 나서 바다는 외관상 사고 이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되찾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생활고로 4명이 목숨을 끊고 암환자가 속출하는 파탄에도 피해 주민과 지역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은 아직까지 겉돌고 있다. 지역주민 수천명이 서울 삼성중공업 사옥으로 몰려가 투쟁하는 까닭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다.

기름유출 사고에 따른 피해가 수산분야와 비수산 관광분야를 합쳐 모두 72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피해배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에 청구된 피해배상 건수와 금액도 29000건에 28000억원에 이르지만 인정금액은 3.5%1800억원에 불과하다. 질질 끌던 피해사정이 겨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정작 인정액은 쥐꼬리만큼 이어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아무리 배상청구를 위한 증빙자료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맨손어업이나 조업중단 기간 등에 대해 국제기금과의 견해차를 더 줄였어야 하는 대목이다. 주민들은 국제기금과 별도로 진행되는 대전지법 서산지원의 사정재판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 곧 결정될 사정재판으로 확정된 채권은 1500억원 범위 내에서 유조선사가 부담하고 이를 넘으면 3480억원 한도 내에서 IOPC펀드가 책임지며 이를 초과하면 정부가 직접 배상하게 된다. 사정재판이나마 신뢰할 수 있는 근거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돼 주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길 기대한다.

지역경제가 예전 수준보다 나아지지 않고 주민건강과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주민들은 건강진단 결과 20% 이상이 이상 징후가 발견됐고 지난해에는 5, 올해에는 2명이 잇따라 암 판정을 받았다. 정부가 유류오염사고지원특별법을 제정해 피해지역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주민 건강지원에 나섰지만 아직 효과가 크지 않다. 정치권은 지난 7월에서야 국회에 태안유류피해대책특별위를 구성해 생태계 복원사업 독려에 나섰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사고 당사자인 삼성중공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삼성 때문에 정부가 투입하는 예산이 6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다. 약속했던 지역발전기금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는 일부터 풀어야 한다. 정부도 피해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묻지마식 지원보다 마을 공동기반 시설이나 공동사업 마련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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