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6일 박근혜 지지선언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영욕을 함께 해온 동교동계가 대선의 길목에서 갈라서게 된 모습이다.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월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데 이어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6일 박근혜 대선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는 등 동교동계의 상징적 인물들이 연이어 박 후보 캠프로 합류하면서다.

이들 이외에도 이윤수, 안동선 전 의원 등 일부 범동교동계 인사들이 이미 박 후보 캠프에 둥지를 틀었고, 김경재 전 의원은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기획담당특보로 활동하고 있다.

동교동계는 DJ의 비서출신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가신그룹으로, 한때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함께 한국 야당사의 양대 산맥을 이뤄왔다.

한광옥, 한화갑 두 전직 민주당 대표의 박 후보 캠프행을 놓고 동교동계는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DJ 비서 출신인 김옥두 전 의원은 5일 한화갑 전 대표에게 `동지이자 친구 화갑이, 도대체 어디갔나'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통해 "현충원에 있는 DJ가 통곡하고 광주 5ㆍ18 묘역의 민주 영령들이 통탄할 것"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쏟아냈다.

김 전 의원은 "우리는 1965년 박정희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에 동교동에 들어와 45년간 한솥밥을 먹어온 사이"라며 "민주당을 중심으로 뭉쳐 행동하는 양심으로 정권교체를 이루라는 DJ의 유언을 벌써 잊었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에 대해 서운한 점이 많은 것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평생 쌓아온 모든 것을 저버리고 갈 수는 없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박 후보에게는 가지 않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느냐"며 "친구, 이러면 안되지 않는가. 나중에 저 세상에서 무슨 낯으로 대통령님을 뵙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정녕 발길을 돌릴 수 없다면 더이상 DJ를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동교동계 좌장격인 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도 전날 DJ의 노벨평화상 수상 12주년 기념행사에서 "DJ의 뜻에 반하는 길로, DJ가 살아있으면 얼마나 마음 아파했겠느냐"며 "이희호 여사도 통탄을 금치 못하고 분통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2009년 8월 DJ의 서거 이후 매주 화요일마다 동작동 국립현충원내 DJ 묘역을 참배해왔으나 한광옥, 한화갑 전 대표의 경우 최근 들어서는 이 `회합'에 불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들 인사가 이미 탈당하는 등 한차례 동교동을 '배신'했던 인사들이란 점을 들어 동교동계의 대표성이 없는 만큼 이들의 행보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한광옥, 한화갑 전 대표는 지난 4ㆍ11 총선에서 재기를 모색했으나 한광옥 전 대표의 경우 공천을 받지 못한 뒤 정통민주당을 창당했으며, 2010년에 평화민주당을 창당했었던 한화갑 전 대표는 무소속으로 전남 무안ㆍ신안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동교동계 일각에선 "친노 당권파의 홀대가 현 상황을 부추겼다"는 불만섞인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가슴이 아프고 참담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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