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 억제 못하는 정신장애…조기치료 해야

고교 시절 수재로 인정받았던 오모(29). 오씨는 명문대에 입학, 대학생활을 꿈꿔 왔다. 당연히 자신은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수능시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오씨는 충북지역 국립대에 입학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명문대에서 대학생활을 즐기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취업에도 번번이 실패했다. 오씨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고, 감정기복도 심해졌다. 201010월 오씨는 병원에서 양극성 정동 장애(조울증) 진단을 받았다.

조울증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오씨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데 희열을 느꼈다.

지난 421일 밤 945분께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한 쇼핑센터에서 200여만원의 옷을 훔쳐 달아났으며 같은달 25일 밤 11시께에도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한 할인매장에서 25만원 상당의 여성구두를 훔쳤다.

매번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순간 오씨의 손엔 훔친 물건이 쥐어있었다.

오씨의 도벽이 심해지면서 경찰 출입도 잦아졌다. 매번 경찰서에서 오씨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눈물을 흘렸지만 자신의 도벽을 치료할 순 없었다.

오씨는 급기야 빈집에 잇따라 침입, 금품을 훔치기도 했다. 79일 오후 2시께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한 아파트에 침입, 70여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치고, 다음날인 10일 오후 5시께는 같은 아파트에서 현금 13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오씨의 범행이 점점 대담해지자 결국 상습절도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고, 지난달 30일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27일 경찰에 붙잡힌 김모(21)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친 뒤 주인에게 들키지 않는 것에 재미를 느낀 김씨는 청주지역 편의점을 돌며 9차례나 걸쳐 물품을 훔쳤다.

김씨는 경찰에서 한 번 물건을 몰래 가져왔는데 주인에게 들키지 않아 재밌어서 계속 훔치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상습절도 범죄가 잇따르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벽도 정신질환의 일종이며 초기에 치료해야 큰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당장 필요치도 않은 물건을 충동적으로 훔치지만 이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언제나 혼자서 즉흥적으로 저지른다는 것이 도벽의 특징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도벽은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에서 기인하며 생리와 연관돼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

실제로 경찰청에서 집계한 2011년 범죄자범행시 정신상태 통계자료에 따르면 월경으로 인한 절도행위도 199건이나 됐다.

또 도벽환자들이 쉽게 치료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신의 도벽이 범행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숨기려는 도벽환자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청주시 정신보건센터 관계자는 도벽은 대게 청소년기에 주로 발생하는데 이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정신장애이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행동치료, 약물치료를 받는다면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증상을 발견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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