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 대선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세론 굳히기'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판세 뒤집기' 전략이 정면 충돌하는 살얼음 판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선 'D-10'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9일 현재 판세는 박근혜·문재인 후보 어느 한 쪽의 안정적인 우세를 섣불리 점칠 수 없을 정도의 박빙 양상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안철수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원에 나선 이래 여론조사상으로 큰 폭의 지지율 변화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일단 문 후보의 추격전이 시작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매경이코노미와 엠브레인이 지난 3∼4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박 후보가 여전히 앞서는 가운데 두 후보의 격차는 6.6%포인트에서 3.3%포인트로 좁혀졌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JTBC와 리얼미터가 7∼8일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에서는 다자구도시 박 후보 51.1%, 문 후보 42.0%로, 두 후보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따라서 안 전 후보의 지원이 판세에 미치는 영향 등은 8∼9일 일제히 실시된 여론조사를 통해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선판을 뒤흔들 대형 변수가 사실상 모두 노출된 만큼 박·문 두 후보 진영은 부동층 이동에 따른 지지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남은 열흘간 총력 유세전에 나설 방침이다.

무엇보다 '최대 표밭'인 수도권과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에서 예측불허의 대혼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두 후보는 수도권ㆍ충청 공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박 후보는 불모지인 호남에서 두자릿수 지지율을, 문 후보는 자신의 출신지인 부산·경남(PK)에서 40%대 지지율을 `승리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어 호남 및 PK 격돌도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는 `민생·약속'을 부각하는 전략을 유지하며 수도권 초집중, 40대 공략, 차별화 등을 통해 초반 우위의 여세를 몰아가고, 문 후보는 '문안심(문재인-안철수-심상정) 연대를 발판으로 민생혁신 및 새정치, 투표율 제고 등으로 `역전 드라마'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를 중심으로 형성되 범보수연합과 문 후보가 주축이 된 범진보연합의 세대결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PK의 향방은 = 박·문 후보의 수도권 싸움은 곧 '부동층 끌어안기' 경쟁이기도 하다.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D-10일' 현재 수도권 부동층은 다른 지역보다 많은 1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수도권 유권자가 2000만명이라는 점에서 이들 부동층이 박빙 속 최대 변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층의 절반가량이 안 전 후보의 사퇴로 발생한 신 부동층으로 여겨지는 만큼 문 후보로의 쏠림 현상을 내다보는 시각도 있지만, 부동층의 상당규모가 투표 불참·기권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다만 수도권 유권자들이 이슈에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점에서 명운을 건 '10일 대전'에서 펼쳐질 양 진영의 차별화 대결이 승부를 가를 수도 있다. 당장 민생정부론과 정권교체론이 충돌한 상태다.

박 후보는 전날 서울지역 유세에서 민생정부론과 중산층 재건을, 문 후보는 정권교체를 통한 새정치를 각각 내세운 가운데 수도권 표심이 어느 후보의 구호에 호응할지 주목된다.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PK 민심의 향배도 오리무중이다.

수도권에서의 백중세는 어느 정도 예견돼 왔고 다른 곳의 경우 지역정서에 의존해 지지후보가 뚜렷한 만큼 그동안 새누리당의 '아성'이 흔들려온 PK에서 승부가 결정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않다.

부산 출신인 문 후보는 한때 PK에서 40%대의 지지율을 얻었으나 현재는 35% 안팎의 지지율로 내려앉은 상태다. 따라서 문 후보는 40%대 회복에, 박 후보는 문 후보를 35% 이하로 묶어두기 위한 사력전이 예상된다.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의 전폭지원을 이끌어낸 뒤 부산에서 첫 합동유세를 펼치자 박 후보 측이 당내 구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의 정몽준ㆍ이재오 의원을 긴급 투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과정에서 부산 민심이 `민주당 후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지, 안 전 후보의 구원등판에 따른 'PK 출신 대통령' 기대감이 확산될지 등에 따라 박·문 후보의 지지율 조정이 있을 전망이다.

●박 '호남 10% 벽' 넘나 = PK에서 문 후보의 '40%대 득표율' 못지않게 박 후보가 호남에서 두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할지도 관심이다.

최근 대선에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포함) 후보는 번번이 호남에서 10%의 벽을 넘는 데 실패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의 호남 득표율은 8.9%에 그쳤다.

다만 박 후보가 국민대통합을 내세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한광옥·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를 영입하는 등 '호남 구애'를 해왔다는 점에서 새 기록 작성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15% 안팎에 달한다.

문 후보와 안 전 후보의 단일화가 극심한 진통을 겪었을 당시 박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20%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호남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박 후보가 호남 득표율을 10% 넘기기 어렵거나 10% 초반대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통적으로 호남내 '반 새누리당 정서'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호남을 대표하는 민주당 후보의 입지가 영남권에서 극도로 위축될 경우 결속력이 상대적으로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선 국면 초반부터 안 전 후보에게 우호적이었던 호남 민심이 '문-안 연대' 성사로 문 후보로 발걸음을 재촉할 수도 있다.

●40대 표심 = 이번 대선은 지역별 대결보다 연령별 대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대선구도 자체가 `보수 대 진보'로 짜인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보수 성향이 강한 50대 이상과 진보적 색채를 띠는 2030의 맞대결로도 요약된다. 박 후보 지지층이 두터운 50대 이상과 문 후보 지지층이 몰린 2030 유권자 규모는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이들 연령대의 중간에 위치한 40대가 승패의 열쇠를 쥔 셈이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ㆍ문 두 후보의 40대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리서치앤리서치(R&R)의 지난 4∼6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40∼44세 연령대에서 문 후보(55.0%)가 박 후보(34.7%)를 앞섰지만, 45∼49세에서는 박 후보의 지지율(44.5%)이 문 후보(40.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근접한 연령대와 유사한 지지성향을 보인다는 특징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40대가 육아, 교육, 내집마련, 복지, 노후 등 생활전선에서 가장 복합적인 고민을 안은 연령대로 꼽힌다는 점에서 각 후보의 정책공약에 대한 민감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가 '중산층 70% 재건'을, 문 후보가 '필수 생활비 절반시대' 등을 내건 것도 40대를 겨냥한 공약으로 해석된다.

또한 '친노세력 부활론', '정권교체론' 등 구호가 난무한 상황에서 전체 유권자의 21.8%인 40대가 노무현정권과 이명박정권의 '공과'를 모두 체감했다는 점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싣느냐도 표의 향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보수 대 진보' 총력전 = 보수 대 진보의 격돌은 지난 2002년 대선 이후 10년 만이다.

박 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대표 등을 끌어들이며 범보수연합을 구축했고, 문 후보는 '국민연대' 및 `문안심 연대'를 통해 범진보연합을 형성했다.

전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간차를 두고 이어진 유세에 각 후보 지지층이 이례적으로 수만 명 규모로 참석한 점도 보수와 진보의 대격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양 진영의 결속력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범보수 진영의 경우 안철수 변수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박근혜 떨어뜨리기' 발언 이후 결집력이 공고해지는 모양새이고, 범진보 진영의 경우 안 전 후보가 가세하면서 세 불리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다만 각 진영의 강한 응집력이 '중도층 밀어내기'라는 부작용을 나을 수도 있다.

R&R 여론조사를 보면 스스로를 '보수쪽', '진보쪽'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각각 24% 안팎의 비슷한 수준이며 `중도'라고 밝힌 응답자는 40%를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의 팽팽한 균형을 깨기 위한 각 진영의 '중도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