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과거 대형 이슈를 중심으로 한 정책공약 선거와는 달리 이념적 대결 구도라는 특징으로 전개되고 있다. 소위 보수와 진보의 일대일 대결 구도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이인제·김종필·박세일 등 보수 성향의 인사들은 물론 한광옥?한화갑 등 과거 야권의 동교동계 인사들까지 끌어들여 보수대연합을 구축했다. 여기에 맞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대선 후보를 사퇴한 안철수씨를 비롯해 심상정?노회찬?조국?황석영 등 진보 성향의 각계 인사들로 국민연대 결성을 선언했다. 두 후보는 이같은 이념적 색채를 더욱 짙게 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비판을 통해 국민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박 후보 측은 문 후보를 겨냥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헌법 수호자이자 군(軍) 최고통수권자로서 국가관·안보관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명명백백해졌다"며 "법정홍보물에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침몰이라고 표기한 후보, NLL(북방한계선)영토주권·제주해군기지 건설·한미FTA에 대해 반대하고 수시로 말바꾸기를 하는 후보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안철수씨와 선거 공조에 대해서도 “야합을 통한 권력 나눠먹기”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도 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유신독재를 낳은 공화당, 신군부의 민정당, 3당 야합의 민자당, IMF 외환위기를 야기한 신한국당, 이명박 정부와 명운을 같이 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라고 비난한다. 새로운 정치를 천명하면서도 과거에 얽매인 모습을 보이는 점도 이번 대선의 특징이다. ‘박근혜=이명박 정권의 연장선’, ‘문재인=노무현 정권의 후예’라는 틀에 맞춰 두 정권에 대한 국민적 비판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대선은 새로운 정치 지도자를 선택하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이를 위해선 후보들에 대한 정치적 능력과 자질, 정책공약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현재 대선 구도는 이같은 정책?인물 검증 과정은 생략된 채 ‘정치 유령’과 ‘이념 대결’에만 함몰돼 국민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이념적 소신과 가치관이 확실한 유권자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치권에서 만들고 파생시킨 이념적 대결 구도일 뿐이다. 이로 인해 이념적 가치에 무신경한 유권자들까지 세뇌와 학습효과를 통해 이념적 성향을 띠게 되고, 대립하는 이념에 대한 적대감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 국민 분열과 갈등을 촉발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다. 집권을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정치논리라고 해도, 대선 이후 분열된 민심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가. 국민 대통합을 외치면서 이념과 정서적 경계를 고착화시키는 등 국론 분열과 국민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새정치 구현이라면, 대한민국 국민은 새로운 정치를 거부한다. 빈부격차에 따른 계층 갈등보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이 이념 대립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흑백논리를 심화시켜 국가의 혼란과 국민 갈등을 더욱 견고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대선 이후 심각한 후유증을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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