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훈 충북생생연구소장

 

이제 대통령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를 5년간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데 있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후보들의 인품과 자질, 그리고 국가운영 비전과 실천 가능성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다수 일반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자질이나 정책 등을 제대로 평가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진국들의 경우도 일반 유권자들이 정책이나 자질을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우리나 매 일반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와 큰 차이는 그러한 판단을 언론이 도와준다는 것이다. , 언론이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하고 정책을 평가해 보도하는데, 매우 공정하게 보도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선택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언론사들이 자신들의 지지후보와 지지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뉴욕타임즈는 민주당, 워싱턴포스트지는 공화당 지지로 분류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이 비록 어느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정책 보도에 있어서만큼은 공정하다는 것이다.

, 사설을 통해 지지후보와 지지 이유를 밝히는 것과는 별개로 후보들에 대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언론이 그러한 역할을 해 주지 못하고 있다. 우선 보도의 객관성과 공정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이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공개적으로 천명하지 않고 있지만 대체로 어느 언론이 어떤 당을 선호하는지 알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선호하는 당이 있더라도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기사는 사실에 입각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작성되어야 하는데 기사 자체에 기자의 주관성이 개입된 것을 볼 수 있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라고 해도 검증할 것이 있으면 엄격해야 하는데 오히려 문제를 무시하거나 축소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반대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사를 내보내는 등 공정성이 결여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특정당의 대변지라는 착각을 할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다 보니 독자들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흥행성의 문제가 있다. 얼마 전 충북기자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대선과 관련된 언로보도의 문제점으로 흥미위주의 보도와 정책보도의 부재 등이 지적되었다. 즉 선거운동 보도에 있어 독자들의 흥미에 주로 영합하는 등 선정성에 치우침으로써 선거를 단순히 흥밋거리로 전락시키고 있으며 그로 인해 정책보도에는 인색하면서 여론조사 결과 등 주변적 문제 등에 훨씬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필자도 지난 7월에 선거와 흥행이란 글을 기고하면서 선거과정에서 흥행적 요소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서 대표적인 사례로 92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들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 승리로 재선이 당연시됨에 따라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들이 민주당 후보경선에 나오는 것을 포기하면서 클린턴 알칸소주 주지사가 후보가 되었다. 당시 클린턴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서 언론사들의 걱정이 컸다. 두 후보 간 격차가 너무 크다보니 시청률이나 구독률이 낮아 광고수입에 비상이 걸리게 된 것이다.

언론사들 내부에서 흥행을 올리려는 노력이 전개되면서 클린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사보다는 긍정적인 기사가 더 많이 나가는 반면에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기사보다는 부정적인 기사가 더 많이 나가기 시작했다.

요즈음 대선후보에 대한 언론보도에 대해 공정성이 결여되었음을 지적하는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언론보도의 노출빈도나 지면배치, 토론자 선정 등을 분석해 볼 때 언론사들이 특정 후보에 대해 좀 더 호의적인 것 같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것이 언론사나 기자들의 선호하는 후보에 대한 배려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흥행성을 올리기 위해 2위 후보를 띄워주기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떤 이유에서든지 언론이 대선 후보들에 대해 공정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언론의 자부심을 지켜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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