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님과 함께’ KBS 2TV ‘인간의 조건’ 등
방송가 파일럿 제작 열기… 정규편성 경쟁 치열
파일럿(시범) 프로그램이 잇따라 시청자들을 찾아오고 있다.
정규 편성에 앞서 시청자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선보이는 파일럿 프로그램은 그간 꾸준히 제작돼왔다. 그러나 방송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편수가 부쩍 늘었다. 자연스레 정규 편성을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다.
◇파일럿 수시 편성·연작 늘어
과거 파일럿 프로그램이 명절이나 개편 전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수시 편성이 늘었다.
MBC는 11월에만 ‘님과 함께’와 ‘스타로드 토크쇼 명사십리’ 두 개를 선보였고, KBS 2TV는 11월 말 4부작 ‘인간의 조건’에 이어 이달 초 음악 퀴즈쇼 ‘음악의 참견’을 방송했다.
SBS는 이달 말 종영하는 ‘고쇼’ 후속으로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을 편성할 예정이다.
케이블 채널 tvN은 올해 하반기부터 파일럿 프로그램을 활성화했다. 지난 9월에는 시청자 투표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정규화한다며 파일럿 프로그램 4편을 잇따라 선보였다.
최근 또 다른 특징은 연작 방식이다. 기존 파일럿 프로그램은 단발성이 대부분이었다.
KBS ‘인간의 조건’은 4부작이고, 지난 9월 방송된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의 ‘겟 잇 뷰티 옴므’ 역시 4부작이었다. MBC 짝짓기 프로그램 ‘정글러브’도 5부작으로 제작됐다.
◇“리스크 줄일 수 있어 매력적” 생존경쟁 치열
방송사들이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일단 정규 편성되면 편성 변경이 쉽지 않은 데다 고정화된 포맷 탓에 시청자의 반응에 신속하게 대응하기도 어렵다. 그 사이 제작비는 계속 지출되고, 광고판매 부진에 따른 손해는 커진다.
tvN 이덕재 콘텐츠기획담당 국장은 “시청률이 안 나온다고 편성에서 빼다 보면 편성이 불안정해져 결국 시청자의 불편을 초래하게 된다”며 “제작사 입장에서도 작품을 사전에 테스트할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규 시간대를 차지하기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 간 경쟁은 만만치 않다. 시청자의 반응을 얻지 못하면 그대로 사장될 수 있다.
MBC ‘신동엽의 게스트 하우스’는 스타MC 신동엽과 톱배우 전도연의 출연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시청률이 3.5%(AGB닐슨 기준)에 그치며 한 회 방송에 만족해야 했다.
tvN도 지난 9월 선보였던 ‘댁의 남편은 어떠십니까?’ ‘초대’ 등 파일럿 프로그램 4편을 최근 정규 편성했다.
KBS ‘인간의 조건’은 지난 추석 방송돼 호평받은 ‘가족의 품격-풀하우스’와 함께 내년 정규 편성이 논의되고 있다.
치열한 편성 경쟁에도 파일럿 프로그램의 실험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