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민대통합 명분, 호남 공략 먹혀들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호남 지역 일부 중진 정치인들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7대 대선까지는 지역의 정치 특수성상 '상상도 못할 일'이 이번 18대 대선에서는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 대열에 가장 먼저 물꼬를 튼 인사는 한광옥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전북 출신인 한 전 실장은 새누리당 국민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아 동교동계 일부가 박 후보를 지지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순천 출신으로 재선인 김경재 전 의원도 국민통합위원회 기획특보를 맡아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등 박 후보 당선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어 '리틀 DJ'로 불릴 정도로 한때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최근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져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 심정으로 박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면서 "나의 지지 선언은 호남 발전을 위한 결정"이라며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무소속 박주선(광주 동구) 의원은 박근혜 후보 지지와 관련해 논란을 빚었다.

박 의원은 최근 박 후보로부터 두 차례 전화를 받아 최근 박 후보와 독대까지 했다.

박 의원은 10일 "솔직히 박근혜 후보가 두 번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해 한 차례 만났다"며 "무소속인 나로서는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국가와 호남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현재 지지자들과 박 후보 지지 여부를 놓고 토론하고 있으나 지지자들을 설득하기에 난공불락"이라며 "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박 후보 지지를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개인적으로 국가와 호남을 위해 박 후보를 지지하려고 했지만, 지지자들이 반대해 기자회견과 성명을 통한 지지 입장을 밝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고 옛 민주당 소속이라는 것.

민주당 내에서는 친노(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세력) 세력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낀 이들이 '정치적 활로'를 찾고자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전남도당의 한 관계자는 10일 "박주선 의원의 경우 지난 4.·11 국회의원 불법선거와 관련해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 처리 때 민주당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친노세력 위주로 당이 운영되다 보니 일부 중진 정치인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이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꽤 있다.

모 지역인사는 "민주화를 위해 수십 년간 싸우던 사람들이 국민대통합 명분으로 5공 군사독재의 뿌리인 새누리당을 지지한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개인의 영달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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