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복 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경기가 어렵다는 말을 한다. 심지어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연말이면 각종 세금, 성금, 후원금등 돈을 내야할 곳도 많고 관내 경노당을 비롯하여 주변에 어렵고 힘든 이웃들도 돌아봐야 한다. 우리지역만 해도 금융기관이 13개다.

그러나 대부분 잉여금(剩餘金)의 사회 환원에 대해선 인색하기 짝이 없다. 실물경기(實物景氣)가 침체하다보니 지역경기도 말이 아니다. 큰 도로변 임에도 빈 점포가 즐비하다. 하긴 청주에서 가장 번화가에 속하는 성안길도 활황(活況)은 옛말이 되었단다. 서민의 입장에서 보면 물가는 무섭게 오르는데 탈출구는 보이지 않다보니 가정경제도 팍팍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의식주(衣食住)가 원만하고 걱정이 없을 때 비로소 이웃도 돌아보는 여유를 갖게 된다. 올해는 각종 후원 행사나 모금액이 예년과 같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우리금고는 매년 독거노인을 위하여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를 한다. 올해로 4년째 이어지는데, 그분들 말에 의하면 작년보다 찾는 손길이 많이 줄었단다. 여러모로 힘든 한해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저신용(低信用) 다중채무(多重債務)자가 전국적으로 23만명에 달하고 연체중인 담보대출자 4만명은 신용등급이 7등급이하로 나타났다. 최근 밝혀진 것은 저당 잡힌 집을 처분해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 주택자가 자그마치 19만명 이라고 한다. 가계부채 금액도 1000억을 넘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상장기업(上場企業) 중 손실을 본 기업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金融危機)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다시 말해서 상장법인 4개중 1개꼴로 적자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때 팍스아메리카나를 구가하며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글로벌 금융회사인 리먼브러더스 가 파산했는가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마저 부실화되어 세계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안겨 주었다. 뿐만 아니라 각종 파생상품(派生商品)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금융살상무기 로 까지 표현될 만큼 위험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에는 사기만하면 천정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 잠재(潛在)돼있던 주택 거품이 서서히 빠지고 있는 것이다.

수출마저 둔화(鈍化)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제2의 금융위기가 닥치게 될 것이다. 기업들은 오직 현금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새로운 투자를 기피(忌避)하고 있다. 대선 후 맞게 되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도 있겠지만 기업들이 투자를 줄일 경우 직접적으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지게 된다.

어려운 경제 상황일수록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정부역시 시장경제에만 의존해 손 놓고 바라봐서는 안 된다. 미국의 경우도 보이지 않는 손이라 하여 완전 시장경제에 올인 했지만 결과는 기축 통화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이제는 군사강국만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할 때만 국가적 지위가 동반상승하는 것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글로벌 경제전쟁(經濟戰爭) 시대다. 오직 기술력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영원히 일등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 같았던 기업들이 새롭게 밀려오는 시대의 조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역사의 뒤안길로 소리 없이 사라져 갔다. 냉혹(冷酷)한 경제 현실세계에선 피아(彼我)의 구분도 동지도 의미가 없다. 오로지 막강한 기술력으로 무장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국가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여.야의 무분별한 복지경쟁(福祉競爭)에 대해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의식 있는 지도자라면 우선 눈앞에 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선거후에 있을 상황까지 심도 있게 점검해야 한다. 당선이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끝이 아니라 곧 새로운 시작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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