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국가상대 손배 항소심서 원고패소 판결

내용증명우편물이 잘못 배달돼 재산피해가 생겼더라도 집배원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08년부터 청주시 흥덕구 한 건물 1층을 임차해 상점을 운영하던 A씨는 빚을 갚기 위해 임차보증금 3000만원 중 2000만원을 B씨에게 양도키로 했다. A씨는 이 같은 양도통지서를 2010년 4월 19일 내용증명우편물로 발송했으나 정작 건물주는 우편물을 받지 못했고, 그 결과 B씨는 채권을 변제받지 못했다.

이는 내용증명 우편물에 적힌 주소가 건물주 주소가 아닌 A씨 상점이 있는 건물 주소로 기재돼 생긴 일이었다. 발송 이틀 뒤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방문한 집배원에게 A씨는 "회사동료인 내가 대신 전해주겠다"며 우편물을 받은 뒤 전달하지 않았던 것.

빚을 받지 못하게 된 B씨는 집배원이 배달하지 않은 탓에 재산상·정신적 손해를 입게 됐다며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청주지법 민사1부(이영욱 부장판사)는 B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하고 국가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집배원이 우편물을 A씨에게 전달한 것은 적법한 배달로 볼 수는 없다"며 그러나 "이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정을 알 수 있었는지 인정하기 힘들고,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봉투에 건물 주소만 기재돼 있었고, 실제 수령한 A씨가 "회사동료라 대신 전해주겠다"고 해 집배원으로서는 이를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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