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기 원 신성대 교수

18대 대통령선거에 7명의 후보자가 출마한 것을 안 것은 출근길에 본 선거벽보를 통해서였다. 잘 알지도 못하는 후보자의 약력까지 꼼꼼하게 살펴본 것은 아파트에 배달된 책자형 선거공보를 보고나서였고. 7명의 후보자 중 절반이 넘는 4명이 여자인 것을 보니 이제는 어느 누구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얘기를 하기가 어렵게 됐다. 현재 대통령으로 유력한 사람은 두 사람이다. 처음에는 안철수 예비후보까지 포함하여 3파전이 유력하였는데 그는 차차기를 기약하고 정치인으로 변신하였다.

이들 7명의 후보 중 명확하게 진보를 내세운 후보는 3명일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모두 여성들이다. 한국사회에서 진보를 남성이 주장하면 빨갱이로 몰리고 여성이 주장하면 조금은 안쓰럽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인지 아니면 여성들의 삶이 더 궁핍하다보니 처절한 몸부림을 직접 주장하기 위해서 나선 것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벌써 이 땅에서 남성들은 주눅들기 시작해서 자꾸 작아지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또한, 선거공보를 보면 집권여당의 후보는 1면에서 붉은 색 정장을 입었고 속지를 보면 붉은 색 목도리를 포함해 붉은 색들이 많아 레드콤플렉스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에 반해 제1야당의 후보는 밤색계통의 바탕에 정장차림이었고 속지는 대부분 노란색으로 구성하였다. 이런 현상을 보면 이제 한국사회에서 적어도 색깔(?)을 가지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유치한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후보자들의 학력을 보니 4년제 대학을 나온 후보가 5, 고졸 1, 미기재가 1명이었다. 일단 대통령이 되려면 대학은 나와야 하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하긴 요즘 대학진학률이 90%에 육박하니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면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연령을 보면 40, 50, 60대가 각각 2명씩이고 80대가 1명이었다. 현재 한국사회를 이끌고 가는 세대가 40~60대이고 공직선거법 제16조를 보면 40세 이상이면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다만 40대 후보들의 경우 공교롭게도 둘 다 42세로 당선되면 최연소대통령이 되겠지만 현재의 여론조사결과로는 그렇게 까지 기대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재산상황을 보면 10억원대가 넘는 후보가 4명으로 절반을 넘었고, 5억원대가 1, 3억원 이하가 2명이었다. 대통령에 출마하려면 기탁금으로 3억원을 내야 하니 최소한 10억원대는 넘어야 할 것 같다. 또한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10 이상을 얻지 못하면 기탁금의 절반도 돌려받을 수 없으니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본전도 건지지 못할 것 같다. 또 최근 5년간 세금납부실적을 보면 1억원 이상을 낸 후보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체납을 한 후보는 없었다. 다행이었다.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선거의 경우 체납을 한 후보도 버젓이 국민의 대표를 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있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후보들은 그런 경우가 없어서 나름대로 체면은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다만 재산상황과 관련하여 직계존속의 고지거부가 2, 직계비속의 고지거부가 1명으로 나타났고, 세금납부와 관련하여서도 직계존속의 신고거부가 2명으로 나타나 이들 후보의 가족사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병역사항의 경우 여성후보 4명은 당연히 병역의무가 없었고, 남성후보의 경우 1명은 병장 만기전역, 1명은 병역법 제정(49. 8. 6)이전으로 병적기록 없음, 1명은 제2국민역(근시성 난시고도 양)으로 나타나 후보들의 병역문제는 아직도 말끔하게 해결해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후보자의 전과기록을 보면 해당없음이 4명으로 나타났고, 1명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1명은 국가보안법 등 위반, 1명은 업무방해 폭력행위 등 외로 나타나 그동안 한국사회 발전과정의 특성상 이념문제로 인한 갈등이 아직까지 치유되지 못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일주일도 채 지나기 전에 선거결과가 나타난다. 환하게 웃으며 축하받을 후보는 1명이지만 6명은 씁쓸하게 퇴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여론조사를 감안해 냉정하게 말하면 승자도 1명이고 패자도 1명이다. 어쨌든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 들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고 정말 새로운 5년을 시작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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