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호 논설위원·청주대 명예교수

18대 대통령 선거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7명의 후보들이 출마하였고(이정희 후보 16일 도중하차·현재 6명) 각기 국정최고책임자로서의 포부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정치쇄신’이라는 깃발아래 ‘과거와 미래’, ‘보수와 진보’, ‘낡은 세대 대 새 세대’라는 구호를 내 걸고 자신이 적임자임을 외치고 있다. 여당 후보는 창조경제, 굳건한 안보와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고 제일 야당은 경제 살리기를 비롯하여 국리민복을 위해서는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고 단일화가 최선의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어느 야당후보는 국가의 보위와 국민의 복지창출에 대한 국정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여당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출마하였다는 황당한 소신을 펴기도 했다. 적실성을 갖춘 정책을 산출하여 국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으려는 노력보다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여서라도 이기고 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정최고책임자로서 손색이 없는 공복관이나 고질의 정책을 통한 비교우위의 확보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당선되고 보아야 한다는 비정상적인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광경을 보면서 유권자들은 냉소와 한숨을 짓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선거는 국정최고책임자를 선출하는 정치행위이다. 다 같은 국민이면서 마치 적과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후보자들 간의 이전투구 식 선거전은 궤도이탈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국민들은 ‘새 정치나 정치쇄신’을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후보자끼리 편을 갈라 자기에게 유리한 사람의 편에 서서 반드시 정권교체는 이루어져야 한다고 사자후를 날리는 사람이나 그 사람의 인기를 흡수하려고 구걸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면서 심히 불쾌하고 참담한 심경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는 유권자가 주인의 입장에서 국정의 적임자를 선택한다는 미래지향형 주권행사라기보다는 국민복지를 빌미로 소속정당의 정권획득이나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충족시키려는 정상(政商)의 장이 되고 있다고 한탄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창출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가지고 투표장에 나가겠다는 마음보다는 비정상적이고 정정당당하지 못한 후보를 징계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표장에 가야 한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두말할 것 없이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가서 국민으로서의 신성한 주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유권자들은 선거기간동안 후보자들의 겉과 속이 다른, 그리고 국민들을 주인으로서가 아니라 관객이나 청중으로 대하는 불성실한 말과 행동을 언론매체를 통하여 나날이 접해왔다. 포장을 요란하게 하여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북돋게 하듯 온갖 교언영색으로 유권자들을 미혹케 하는 정견과 공약을 접해왔다. 개념도 정립되지 않은 ‘새 청치’라는 물결에 정신을 빼앗겼고 자유민주국가의 절대가치인 민본철학을 확인하지 못한 채 장밋빛 선심공약에 현혹되어 왔다. 유권자의 한 표는 이들의 국정관이나 정치관에 대한 진위와 성실성을 심판하는 준엄한 선택행동이어야 한다. 국정최고책임자의 자리를 입신출세나 대권향유의 자리로 보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사람이나, 소속 정당이나 정파의 이익에 집착하는 편협적이고 독선적이며 권모술수로 일관하는 인사는 단호히 배척하여야 한다. 그동안의 인생역정이 부정직하고 불투명했거나 사회적 갈등이나 대립현상을 보면서 방관하거나 기회주의자적 태도를 취해온 인물들도 배제하여야 한다. 갖가지 감언이설로 유권자의 신성한 참정권을 유린하는 후보 또한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소속정당의 이익이나 자신의 입지강화를 목적으로 출마한 인사 또한 과감히 배척하여야 한다. 국가 안보와 국민의 재산 및 안녕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할 적임자.

국민을 하늘처럼 섬길 수 있는 민본행정의 실천자, 권력의 단맛을 과감히 배격하고 오로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전력투구 할 일꾼, 일거수일투족을 민생의 풍요에 투입하는 복지창출자 등의 자질을 갖춘 인물에게 신성한 한 표를 주어야 한다. 국가나 사회문제에 대하여 어떤 관점이나 철학을 지녔는가와 얼마나 공정성과 합리성 그리고 정의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였는가를 따져 낙점하여야 한다. 투표는 유권자의 고유한 권리이면서 책임이 따르는 중대한 정치행동이다.

유권자의 한 표에 국민의 행복과 미래가 달려있다. 내 손으로 국정최고책임자를 만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투표장에 가야 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여야 한다. 주인다운 한 표를 행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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