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서

계단을 날개의 의태로 읽으려 한다

애초 그것은 육체라는 건물 안에 매복해 있었을 것이다

삐걱거림이 멈추는 자리, 어디선가 끝나는 계단과

불연속의 물결들

 

밤의 천사는

박쥐처럼 살의 갑옷을 끌어당겨 발가락을 감추고 손가락을 감추고

숲으로 갔나

비막의 날개 끝에서 자라는 별의 발톱

 

돌의 어깻죽지에서 뛰쳐나온 새들이

깃을 파닥이며 경사진 벽면을 오른다

오를수록 멀어지는 낡은 원근법을 배운다

포개 누운 수평선 너머

계단의 흉근이 부푼다

 

계단은 사람의 골목을 지나 다른 해안으로 이어지고

벽이 끝나는 지점에서 쏟아지는 바다

바다를 뒤집어쓰고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 잠드는 계단들

△시집 ‘여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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