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에서 마라도까지'…소중한 '한 표' 이어져

선택의 날, 초박빙 승부만큼이나 전국의 투표 열기는 뜨거웠다.

18대 대통령선거일인 19일 한파가 몰아쳤지만, 최북단 민통선 마을부터 최남단 마라도까지 1만3542개 투표소마다 유권자들의 열정으로 넘쳐났다.

일반 국민은 물론 북한이탈주민·위안부 할머니·결혼이주여성·새내기 유권자 등 각계각층은 저마다 소중한 한 표를 던지며 '대한민국 5년'을 기약했다.

전국 투표율 잠정치는 75.8%로 지난 17대 63.0%에 비해 12.8% 포인트나 높았다.

●DMZ 대성동서 마라도까지 이어진 투표열기

접경마을인 파주시 대성동마을, 통일촌, 해마루촌 주민들은 평화에 대한 소망을 담아 한 표를 행사했다.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대성동마을 김동구(43) 이장은 "민통선 안에서도 자유롭고 평화롭게 농사를 짓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투표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남단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주민 30여명은 모슬포항을 잇는 배를 타고 제주 본섬으로 나와 대정읍 제8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이틀 전부터 마라도 주변 해역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마라도와 본섬을 잇는 뱃길이 통제됐다가 다행히 이날 새벽 주의보가 해제됐다.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 주민들은 오전 8시30분께 군 행정선을 타고 30분 거리의 덕적도로 이동해 투표에 참여하는 등 낙도 주민들은 큰 섬이나 뭍의 투표소를 찾아 주권을 행사했다.

대청댐 건설로 '육지 속의 섬'이 된 충북 옥천군 군북면 막지리 주민도 철선에 몸을 싣고 대청호를 건너 투표소를 찾았다.

●북한이탈주민·결혼이주여성 '우리도 한 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김군자(86) 할머니 등 고령의 위안부 할머니 7명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일본이 우경화해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서 후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새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북한이탈주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경기도의 8급 일반직공무원시험에 합격한 이수혁(33)씨도 성남시 수정구 수진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다. 이씨는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변화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이번에는 대북정책을 보고 누가 적임자인지를 판단했다"고 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해 귀국, 서울 서초구 반포동투표소를 찾은 새내기 유권자 추희정(여·25)씨는 "어느 후보든 경쟁적으로 내세운 수많은 공약을 꼭 지키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소트요른(27)씨는 최근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3~4살 자녀와 성남시 성남동중학교 투표소를 찾아 의미 있는 한 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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