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패권주의 성토..민주 창조적 파괴ㆍ신당론 부상

민주통합당이 20일 대선 패배 이후 공황 상태에 빠졌다.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당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선대위 지도부는 이날 회의조차 생략한 채 오후 캠프 해단식 일정만 급히 잡았다. 당의 정상화를 위한 수습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선장 잃은 난파선처럼 갈 곳을 찾지 못한 형국이다.

민주당은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과정에서 이해찬 전 대표 등 지도부가 총사퇴하며 문재인 후보에게 전권을 위임한 상태여서 지도부 공백상태나 다름없다.

문 후보는 이날 구기동 자택에 머물며 당 수습 방안에 골몰하고, 오후 해단식에는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패배의 무한책임을 진 문 후보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지명하면 비대위가 대선 패배로 공중에 뜬 당을 수습하며 진로를 모색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대선 패배 책임론이 거론되는 등 정권교체 실패에 따른 거센 후폭풍이 가시화되고 있다. 의원총회 소집 요구도 나온다.

당장 당의 주류를 형성했던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에 대한 성토가 드세다. 서울의 한 재선의원은 "알량한 기득권을 버리지 않고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했으니 가능한 얘기였겠느냐"며 "우리 내부에서조차 친노를 새누리당의 프레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선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기의 한 초선의원은 "당 주류가 패배를 반성하자는 사람들을 분열주의자로 몰아붙였다"며 "이번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선택받은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처절한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혁신과 환골탈태를 주문하는 목소리 역시 높다.

비주류 한 의원은 "쇄신을 얘기하면 선거를 앞두고 분열에 나선다고 할까 봐 참았다"며 "이제는 침묵하던 다수들이 적당히가 아니라 목숨걸고 해내겠다는 생각으로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계개편 등 야권의 새판짜기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한 쇄신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존 민주당을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정당 체제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는 곧바로 신당론으로 이어진다.

한 재선의원은 "대선 때 구축된 '국민연대'에 민주당과 진보정의당, 시민사회 인사들이 결합해 있는 상태"라며 "국민연대가 더 큰 민주당, 환골탈태한 민주당의 모태가 될 수 있을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민주당은 이제 창조적 파괴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재선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신당을 창당하면 반성은 하지 않고 또다시 정치공학적으로만 생각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허구한 날 찢었다, 붙였다 한다고 욕만 먹을 가능성이 높다"고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한 3선 의원도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신 때문에 지려고 해도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며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잘할 것인지 진솔한 사과와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선(先) 민주당 쇄신론을 주장했다.

신당 창당 등 정계개편론이 불붙는다면 안철수 전 후보가 상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당내 인사로는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며 쇄신을 주도하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안 전 후보의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실제로 비주류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가 정치개혁의 아이콘이자 새 정치의 대명사인데다 기성정치권의 물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당 환골탈태와 강도높은 정당쇄신의 적임자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안 전 후보 측은 설령 야권에서 정계개편 움직임이 있더라도 섣불리 발을 담그기는 어렵다는 부정적 기류가 지배적이다.

안 전 후보 측은 "지금은 기성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본인의 행보를 모색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한 때"라며 "섣불리 움직이면 민주당의 회오리에 빨려들어갈 수 있어서 당분간 거리를 두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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