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야권 단일화 후보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번 대선은 대형 정책 이슈를 중심으로 한 대결 구도를 이탈, 보수 대 진보의 이념 대립 양상이 극심했다. 박 후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연합과, 문 후보를 중심으로 한 진보연합의 대결 구도로 진행된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보수연합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대선 결과는 극단적인 이념 대결과, 과거 정권에 대한 비판 정서보다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야권에 대해선 투쟁과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통합과 협력의 정치를 주문한 것으로 분석된다. 야권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박 후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을 과거 권력으로 규정하면서 자신들만이 미래 권력임을 자임한 문 후보를 축으로 한 진보세력의 오만과 독선이 패배를 자초한 결정적 패인이 된 셈이다.

당초 예상을 웃도는 75.8%의 높은 투표율을 보인 것도 야권이 주장하던 숨은 진보세력이 아닌, ‘감춰진 보수의 결집이었다. ‘박정희 대 노무현의 대리전으로도 비교됐던 이번 대선 과정을 결과에 대입해보면, ‘유신독재의 딸’, ‘실패한 이명박근혜 정권’,‘투표가 권력을 이긴다는 전술을 앞세웠던 진보진영의 선거전략이 결정적 패착이다.

이같은 선거전략의 무용성은 이미 지난 2010년 총선에서 검증됐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문제다. 지난 총선 당시 정권심판론을 앞세웠던 민주당이 민생 안정론을 내세워 박 후보가 이끌었던 새누리당에 참패했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도 정권 심판론을 다시 들고 나왔다. 이는 진보진영의 정권 쟁취 우려라는 보수층의 위기의식을 촉발시켜 오히려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요인이 됐다.

특히 현 정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잠재해 있으면서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적 정서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갈등과 분열만 야기했을 뿐, 정책적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당리당략에만 함몰돼 민심을 외면했다는 야권에 대한 비판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투쟁 위주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야권의 선거전략이 자충수였다. 보수연합에 맞서 야권+시민사회를 아우른다는 진보연합은 소리만 요란할 뿐, 이미 세력 확장 한계를 넘어섰음을 드러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념 대결에 대한 비판정서와, 대한민국의 정치가 가장 우선해야 할 민생을 외면한 채 정책적 대안 제시는커녕 반사이익외형적 소음에만 치중한 진보세력의 오만과 독선이 스스로를 침몰케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야권에선 비록 선거에서 졌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였다는 점을 내세워 자위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방식과 전략에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향후 야권의 지지세 확장은 요원할 뿐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탈피하고, 흑백논리에 함몰된 정쟁에서 벗어나, 타협과 협력의 정치를 이뤄가지 못한다면 이번 대선 결과보다 더욱 참혹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것이 이번 대선을 통해 유권자들이 야권에 던진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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