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속도 넘겨 운행 다반사…보행자 위협
신호등 설치 주민요구 행정당국 '묵묵부답'

"아이들이 길을 건널 때도 지나는 차들이 멈추지 않아 위험한데도 신호등 설치는 언제 될지 모르겠어요."

청주시 상당구 율량동 주중초 앞 횡단보도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도로가 확장되며 차량들이 제법 달리지만, 아이들은 아찔한 등·하굣길에 나서야 한다.

18일 오후 학교 앞에서는 하교를 하는 학생들이 횡단보도 선에만 의지해 차량을 피하고 있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단지 도로 위에 그어 놓을 선일 뿐, 횡단보도가 있음에도 꼬리를 물고 질주하기에 바빴다.

율량2지구 공사로 학교 앞 도로가 4차선 도로로 확장되면서 생긴 일이다. 도로 확장의 여파로 삼정아파트 방면에서 성모병원으로 진입이 금지되며 골목길을 돌거나 유턴하는 차량들도 길을 건너는 학생들을 위협한다.

도로에 신호체계가 없다보니 학생들은 위험천만한 횡단보도를 아슬아슬 건너야 한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라도 있으면, 시야확보를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차량이 오는지 살핀 뒤 건너야 한다.

학교 앞 노면에는 '시속 30㎞'라는 표시가 있지만, 속도를 지키며 달리는 차량은 거의 없다. 횡단보도와 정지선의 거리도 짧은 편으로 자칫 보행자 교통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학부모회나 노인교통 도우미들이 깃발을 들고 횡단보도 앞을 통제하는 등굣길의 경우에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오후 하굣길이나 퇴근길은 물론 주말 학교를 찾는 아이들에게는 위험이 더 커진다.

한 주민은 "인근 성모병원 쪽으로 진입하기 위해 보행자들을 무시하고 달리는 차량도 있어 위험은 더욱 크다"며 "도로가 넓어지면서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이 과속하는 경향이 많아져 신호등이 꼭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어린이보호구역임에도 정작 아이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차량이 우선되는 '주객전도' 상황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달 중순께 청주시 등에 인근 횡단보도 정비와 신호등 설치 등을 요구했으나 행정당국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민원을 넣은 지 한 달이 지나가지만, 주중초 앞 횡단보도에는 여전히 어린이보호구역 표지만 서 있을 뿐 아이들의 위험을 예방할 만한 장치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학부모 A(42)씨는 "민원을 넣어도 변하는 게 없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가 겁난다"며 "차라리 빨리 방학이라도 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 등의 문제는 즉시 단속으로 처리할 수 있으나 신호등 설치 등의 문제는 경찰과 상의해야 할 문제라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관할 경찰 측과 논의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답답한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신호등 설치결정까지 각종 절차에 따른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교통공단과 합동진단을 통해 신호등 설치를 논의 중"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심의위원회 통과 등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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