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2012년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뜻의 擧世皆濁(거세개탁)’을 뽑았다.

교수신문은 해마다 전국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해왔다.

지난해에는 나쁜 일을 하고 비난을 듣기 싫어 귀를 막지만 소용없다는 뜻의 엄이도종(掩耳盜鐘’), 2010년에는 진실을 숨겨두려 했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의 장두노미(藏頭露尾)’가 각각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혔다.

거세개탁이란 온 세상이 모두 탁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아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 말은 초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서 유래한다. 굴원이 모함으로 벼슬에서 쫓겨나 강가를 거닐며 초췌한 모습으로 시를 읊고 있는데, 고기잡이 영감이 그를 알아보고 어찌하여 그 꼴이 됐느냐고 물었다. 이에 굴원은 온 세상이 흐리는데 나만 홀로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다고 답했다. 교수신문은 거세개탁을 선정한 이유로, ‘혼탁한 한국 사회에서 위정자와 지식인의 자성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문조사에서 이를 택한 교수들은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 지식인들마저 정치참여를 빌미로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파당적 언행을 일삼는다”, “MB 정부 끝 자락에 윤리와 도덕이 붕괴하고 편법과 탈법이 판치는 세상이 됐다”, “개인 및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해 좌우가 갈리고 세대 간 갈등, 계층 간 불신과 불만으로 사회가 붕괴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 유감스러운 일이다. 최고의 지성인이라 불리는 교수들이 바라본 2012년의 한국사회가 거세개탁이라면, 한국사회의 올바른 가치관과 도덕성 확립을 책무로 하는 교수들은 과연 무엇을 했단 말인가. 사회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지성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혼탁한 세상을 맑고 밝게 만드는 것은 교육의 힘이요, 그 최일선에 서 있는 사람들이 교수들이다. 온 세상이 모두 탁해 올바른 사회 구현에 앞장서야 할 교육의 책무를 지닌 교수들이 강단에서 현 세태를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책무를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 지 묻고 싶다.

진보 성향의 교수들이 시국선언이란 명분으로 사회 참여를 선언하고, ‘폴리페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며 교수들이 정치참여를 빌미로 자신들의 책무를 내던진 채 정치 퇴보에 일조해 온 것이 지성인들의 현주소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행불언지교(行不言之敎)’란 말이 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다. 교육의 책무를 지고, 사회 지도층으로 인식받고 있는 교수들은 해마다 올해의 사자성어 선정을 통해 사회를 비판하기 앞서 자신들의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부터 자성해야 할 일이다. 아무리 혼탁한 세상일지언정 교육자들이 소임을 다한다면 거세개청(擧世皆淸)’ 사회를 만들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