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옥 취재부 기자

 

 

최근 16세 때 아이를 낳고 처음 학교 문턱을 밟은 뉴질랜드의 페이스 제레미아라는 여성이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는 외신을 접했다.

제레미아는 15세 때 가출해 아이를 임신했고 그 때 낳은 아이가 12살이 됐다. 미혼모인 그는 아이에게 좋은 미래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후 카이아포이 고등학교에 있는 카랑가마이 미혼모 반에 등록했다.

읽기, 덧셈, 뺄셈 등 초등학교 수준부터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우등상을 받으며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후 캔터베리 대학에 입학했고, 내년에는 박사과정에도 진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레미아가 한국 사람이었다면 미혼모로서 학교에 진학하고 당당하게 사회에 진출할 수 있었을까?

2012년은 수원과 통영 등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여성의 안전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성폭력 가해자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각계에서 터져 나왔고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법제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연일 높았다.

어느 해보다 올 2012년은 여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신고와 수사가 확대됐던 한 해로 기억된다. 신고가 많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사가 확대됐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과거 여성 성폭력 피해 발생시 이를 여성의 책임으로만 돌리던 사회 분위기가 많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2013년은 뉴질랜드의 미혼모 제레미아처럼 미혼모도, 성폭력 피해자도 당당하게 사회에 진출하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숨김없이 밝힐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

과거 성폭력을 당하고도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을 옹호하기 보다는 피해여성의 행실을 탓하던 그릇된 의식이 개선되길 바란다.

2013,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지 않고도 여성들이 당당하게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꿈꾼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