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환 세명대 교수

 

 

숨가쁘게 전투처럼 치루어졌던 이번 대선은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 그러나 축배를 들기에는 한국사회가 지금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그 이유를 분석하는 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몇가지 중요한 요인으로 노령층의 증가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50대의 거의 90%에 달하는 투표율로 대변되는 노령층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 그리고 그들을 움직인 경제와 안보에 대한 불안과 위기감, 진보의 이슈를 선점한 박근혜 캠프의 전략, 상대적으로 세대별 공약과 지역별 공약에 있어서 민주통합당의 취약점, 안철수 지지자들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단일화의 과정과 결과, 보수층 결집에 있어 이정희 후보의 역할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은 안 후보로 단일화되었으면 이겼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쨌든 누구 말따나, 이긴 측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세대투표로 볼 수 있는 투표 결과에 대해 박근혜 당선자의 지지자, 특히 어르신들은 존재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녀를 지지하지 않은 주로 젊은 층은 소위 멘붕’(상실감, 심리적 공황)을 겪고 있다. 과거에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 희생하고, 지금은 물러나거나 상실감을 느끼던 나이든 세대로서는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고, 종북 좌파와 이에 동조하는 철없는 젊은이들로부터 나라의 장래를 지켜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박근혜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은 젊은 층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극단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젊은 층이 허탈해 하고 있는 이유야 개인적으로 다르겠지만, 가장 크게는 이번 선거가 불공정 경쟁이라는데 있다. 실질적 토론이 불가능한 대선토론의 방식, 투표시간 연장문제,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의혹에 대한 진행과정, 이른 바 십알단의 댓글 활동 등은 그때 그때 큰 이슈를 형성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언론환경의 문제가 크게 대두되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자신들의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에 앉히면서 방송의 불공정문제로 방송인의 파업을 가져왔고, 이번 선거과정에서도 큰 문제가 되었다.

거대 언론과 종편 또한 선거기간 내내 불공정한 보도로 문제가 되었다. 일부 진보적 언론과 나꼼수의 활동은 그들만의 세계에 머물렀다. 한 쪽은 타탄 트랙이 깔린 길을 달렸고, 다른 한 쪽은 자갈길을 달린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과야 당연히 수긍되어야 함에도 젊은 층이 실망하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주로 일을 하고 있는 층이 이미 은퇴를 한 노년세대의 선택 때문에 내키지 않는 상황에 놓여졌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인구 구조의 변동으로 이러한 상황은 계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대기업위주의 정책으로 서민들은 삶에 파탄이 났다. 이에 따라 경제민주화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쟁점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박근혜 당선자의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 등을 온전히 달성하가 어렵고, 그에 대한 의지도 불명확하다고 젊은 층은 보고 있다. 아울러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의지도 의심하고 있다. 4대강 등 이명박 정부의 실정도 유야무야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기간 동안 정보의 유통과정을 보면, 유권자들은 서로 다른 매체의 정보를 들었다는 점이 분명하다. 두 개의 서로 다른 교과서를 읽은 셈이다.

서로 다른 교과서를 유일한 정답으로 알고 있다. 비근한 예로 박근혜 당선자의 지지자들은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했다고 보는 반면 반대측은 여직원 스스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문을 잠그고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국민들로부터 온전히 축하받지 못하고 있다. 48%의 국민이 겪고 있는 선거과정의 불공정성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당선자의 능력과 의지에 대한 의문에서 오는 멘붕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힐링이 필요하다. 이미 많은 이가 힐링을 모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그야말로 대통합을 보여주고, 바른 정책 실현으로 힐링을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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