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아 백일해의 86%가 가족간 감염이 원인이고, 이중의 상당수는 엄마가 감염원으로 확인됐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진한 교수팀은 20091월부터 20119월까지 백일해로 진단받은 영아 21(평균나이 2.5개월)을 대상으로 감염경로를 조사한 결과, 85.7%가 가족 내 감염으로 확인됐다고 24일 밝혔다.
가족 중 감염원은 부모 52.9%, 가족 내 구성원 19.1%, 형제 14.3% 등의 순이었다. 특히 부모가 감염원인 11명의 경우 이중 8명이 엄마한테서 옮은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대상 영아 중 백일해를 예방할 수 있는 DTaP(디탭) 백신을 접종받은 경우는 11(18, 22, 31)이었으며 9명은 접종받지 않은 상태였다.
백일동안 지속되는 기침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질환으로, 주로 기침이나 재채기 분비물로 전염된다. 이 질환은 법정 2군 전염병으로 전염성이 매우 높지만 백일해 감염 진단방법이 표준화되지 않아 실제 환자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특히 백일해는 최근 몇년 사이 반세기 이래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전세계적인 재유행 현상을 보이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백일해의 유행은 방어면역이 없어진 청소년이나 성인에게 발생한 백일해가 영아에게 감염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영·유아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상태에서 백일해에 감염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폐렴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조사에서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아이들 2명이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며 이중 한명은 인공호흡기를 써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평균 입원기간도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아이들이 15.4(±6.6)로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환자의 8.8(±3.8) 보다 훨씬 길었다. 계절적으로는 봄, 여름, 초가을에 백일해 발생 비율이 높았다.
세계보건기구(WHO)2주 이상 계속되는 기침과 함께 발작적 기침, 숨을 들이마실 때의 소리, 기침 후 구토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을 때를 백일해에 감염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성인에서 발생하는 백일해는 만성기침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감염사실을 알아채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진한 교수는 조사대상 영아들은 백신 접종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백일해가 발생했고,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 임상경과가 더 심하고 전형적이었다면서 이번 조사결과를 볼때 향후 국내에서도 어린 영아를 돌보는 가족들에 대해 백일해 백신접종을 강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감염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인 대학의학회지(JKMS) 12월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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