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첫 일성 '중기대통령론'…경제민주화-성장 두마리토끼 잡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재계 대표들을 만나 '중소기업 대통령론'을 내세운 것은 향후 5년간 경제정책에서 중소기업을 중심축에 놓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이 당선 직후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규제완화를 약속하면서 일자리 창출 또는 투자 활성화 등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주문했던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행보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를 촉발한 주요 배경이 됐던 것을 고려하면 향후 경제정책에서 경제민주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도 읽힌다.

나아가 현재의 재벌 중심 시스템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중심의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이른바 '근혜노믹스(박근혜+이코노믹스)'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은 향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정에서 경제민주화와 성장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중소기업 육성책을 집중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 "중소기업 대통령" vs MB "비즈니스 프렌들리"

박 당선인은 이날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대기업 수출에 의존하는 외끌이 경제성향을 띠었다면 이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이 가고 수출과 내수가 함께 가는 쌍끌이로 가겠다"면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데 중심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5년전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재계 총수 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eindly. 친기업적인) 정부를 만들도록 하겠다. 일자리 창출에 적극 협력해달라"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다른 정책기조를 예고한 것이다.

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일자리 창출'을 최고의 목표로 제시하면서도 그 방법론에서는 전혀 차별화된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수출·대기업 중심 정책을 폐기하고 내수ㆍ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서 수출-내수,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발전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론을 내세우면서 '경제민주화'와 `성장'을 함께 강조했다는 점을 주목할만하다.

박 당선인은 이날 중소기업중앙회 방문에서 대기업의 부당 납품단가 인하·중소기업 영역 침해ㆍ기술탈취 등 경제민주화의 주요 과제들을 일일이 언급했다. 이어 전경련 회관에서 재벌 총수를 만난 자리에서는 "서민 업종까지 재벌 2·3세들이 뛰어들거나 땅이나 부동산을 과도하게 사들이는 것은 기업 본연의 역할은 아니다"라고 대기업 비판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이는 중소기업 중심 정책기조가 궁극적으로 자신의 핵심대선 공약인 경제민주화와 맞닿아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박 당선인이 "세계적인 경제침체를 맞아 경제를 살리는 일이야말로 다음 정부가 해야 할 가장 큰 책무이고 그 중심에 중소기업 살리기가 있다"고 말한 것은 중소기업을 `엔진'으로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방향성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대선 과정에서 경제위기론이 불거지면서 향후 '근혜노믹스'가 경제민주화보다 성장에 무게가 쏠릴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털어내면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취지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 당선인의 '정책브레인'인 김광두 전 힘찬경제추진단장은 "박 당선인의 발언은 중소기업과 내수 중심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경제민주화와 성장을 모두 추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소상공인 육성책 잇따를 듯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대통령론'을 내세움에 따라 향후 경제정책에서 중소기업 육성책이 집중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이미 대선공약에서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각종 지원책을 내놓은 바 있다.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역량을 대폭 키우고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력탈취를 막기 위해 '중소기업 인력공동관리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박 당선인은 특히 경제구조가 '수출·대기업' 중심으로 짜인 점을 개선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수출도 대폭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의 R&D 자금지원은 중소기업 중에서도 수출 중소기업에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중소기업 수출지원 예산도 현행 전체의 1.9%에서 5%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들이다.

당내의 한 정책통 의원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만들려면 부품·소재·기계 등 3대 분야에서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대기업의 막대한 R&D 투자가 필요한 IT 등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제조업분야에서 작지만 강한 이른바 '강소(强小)기업'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개발독재의 폐단을 줄이고 중소기업ㆍ중산층 중심의 성장을 추구했던 `DJ노믹스(대중참여 경제론)'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벤처육성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박 당선인이 제시한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창조경제론'이 벤처창업론과 맞닿아있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일환인 '공정경제' 공약들도 최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정책라인 관계자는 "경제의 활력이 살아나려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늘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단순히 중소기업 육성책만으로는 안되고 대기업의 횡포를 억제하는 경제민주화 조치가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제시스템의 최하부조직을 떠받치는 소상공인 육성에도 정책적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은 약 700만명으로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1에 달하는 만큼 이들 계층을 육성하는 것이 중소기업·내수경기 활성화의 첫 단추이자 박 당선인이 강조했던 '중산층 재건'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도 이날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 티타임에서 "제 약속 중 가장 큰 약속 중 하나가 중산층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그게 바로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이 중심이 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대선공약으로 소상공인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소상공인진흥기금'과 '소상공인진흥공단' 설립을 약속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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