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기존 선로 병행 운행”
호남권 “저속철 전락 경제손실”

 

오는 2015년 호남선 고속철도(KTX)의 완전 개통을 앞두고 충청권과 호남권이 노선을 놓고 ‘힘 겨루기’에 들어갔다.

충청권은 현재 일반선로인 대전권을 병행 운행해 달라는 입장이고, 호남권은 운행시간이 1시간 가량 더 소요돼 철도 승객들의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대전시와 충남 계룡시, 육·해·공군본부, 육군훈련소 등 5개 기관은 최근 오는 2015년 호남KTX가 오송역에서 분기돼도 기존 서대전역~계룡역~논산역 경유를 존치해 달라는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는 호남고속철도 개통이후에도 철도중심의 대중교통체계구축과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반드시 서대전역 경유가 계속 존치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왔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호남KTX 이용고객의 3분의 1 정도를 서대전역과 계룡역, 논산역 이용객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호남선 KTX가 대전권역을 거치지 않고 오송 분기역과 공주역을 거쳐 곧바로 호남권으로 향하면 기존 이용객들의 큰 불편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호남선 KTX가 현재 서대전역을 기준으로 1일 48회 왕복 운행하고, 전 구간 이용객 660만명 가운데 대전권이 전체의 29%이 190만명인 것을 존치 이유로 들었다.

오는 2015년 전용선만 운행될 경우 공주·익산역 등에서 환승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기존선을 함께 운행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가 이 요구를 수용하면 호남KTX는 오송~공주~익산~정읍~광주로 이어지는 ‘전용선’과 함께 오송~서대전역~계룡역~논산역 등으로 이어지는 ‘기존선’을 병행 운행하게 된다.

대전시 관계자는 “경부선KTX도 전용선이 개통된 이후 기존 이용수요를 고려해 밀양역과 구포역, 수원역을 경유하고 있다”며 “향후 호남KTX도 전용선과 일반선을 병행해 운영하는 것이 기존 이용객의 편의제공과 운영의 효율성도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선 KTX는 현재 서울~대전 구간만 고속선로이고, 나머지 대전~광주구간은 일반선로여서 오는 2014년까지 오송~광주 구간을 고속선로로 교체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선로 교체공사가 완료되면 서울~익산 소요시간은 현재 111분(247.7㎞)에서 50분(211.3㎞)으로 크게 단축된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일반선로인 서대전역~계룡역~논산역을 경유할 경우 속도가 줄어들고 32㎞가 더 길어진다.

이 때문에 전남·북 등 호남지역은 반발하고 있다.

호남지역은 충청권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호남선KTX는 고속철(시속 300㎞)의 절반수준으로 줄어들어 저속철로 전락해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월·금요일 출퇴근 시간대에 호남지역 주민들이 고속철을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충청권의 요구를 들어줄지, 호남권의 입장을 반영할지 주목된다.<대전/정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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