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도주범 노영대(32)가 오른손 수갑을 푼 것을 두고 의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경찰은 "도주 전에 양 손 모두 꽉 채워져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일산경찰서는 26일 브리핑과 보도자료를 통해 "노씨의 진술을 토대로 왼손으로 수갑을 잡고 강하게 잡아당겨 오른손을 잡아뺐다"고 밝혔다. 노씨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난 상처도 사진으로 공개했다.

노씨는 경찰조사에서 "도주한 직후 오피스텔 안에서 수갑을 풀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서 맞은 편 오피스텔 CCTV에 찍힌 장면에는 노씨가 양 팔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달리는 장면이 찍혀 진술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이를 근거로 수갑을 푼 시점과 장소는 납득되지만 '어떻게 풀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 일선 경찰관들은 '꽉 채운 수갑을 그냥 손을 빼 풀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관들은 수갑을 풀 수 있는 네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선 인터넷 상에 나오는 동영상 '수갑 키 없이 여는 방법'이다.

그러나 가능성 '제로'라고 강조했다.

노영대가 안산 모텔에서 숙박할 당시 인터넷에서 이 방법을 검색해 핀을 구입한 뒤 왼손목 수갑을 풀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방법도 몰랐고 실제로 실행도 안됐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동영상에 나오는 수갑보다 국내 경찰이 쓰는 수갑이 더 정교하고 복잡해 이 방법으로 열기 어렵다"고 말했다.

두번째로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골절시킨 뒤 손바닥 너비를 손목 너비와 비슷하게 만들어 강제로 빼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범죄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노씨의 엄지손가락을 확인한 결과 골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역시 가능성 제로다.

셋째 노씨 오른손이 기형일 가능성이다. 손바닥 너비가 손목 너비와 비슷해 조금만 힘을 쓰면 빼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역시 가능성이 없다. 경찰이 공개한 노씨의 오른손을 보면 기형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애초 느슨하게 채워졌을 가능성이다.

노영대 진술대로 강제로 빼냈다면 이 가능성 뿐이라고 경찰관들은 지적했다.

물론 불량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검거한 노영대로부터 압수한 문제의 수갑을 확인하면 즉시 알 수 있다.

수갑을 푼 부분과 관련, 경찰은 노영대 진술이라며 강제로 뺐다는 것 외에 더 이상 해명은 없다.

공교롭게도 경찰청은 노씨 도주 후 각 경찰서에 유치인 조사 중 식사시간이 되면 유치장에서 밥을 먹게 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하달했다.

통상 경찰은 피의자 조사 때 수갑을 풀어 밥을 먹게 하고 담배도 태우게 해 준다. 피의자 심경 변화를 유도해 진술을 받기 위해서다.

경찰은 보도자료 말미에 "(수갑과 관련) 노씨 진술의 진위 여부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 중"이라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노영대가 풀린 오른손 수갑을 다시 왼손에 채운 것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수갑을 풀면 360도 회전해 완전히 풀어져 있는 원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경찰관들은 설명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