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증거로 수사기록 제시…검 "계좌 평균잔고 300만원 불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액 차명계좌를 보유했다는 발언을 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57) 전 경찰청장이 법정에서 검찰 수사기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조 전 청장이 제시한 수사기록상의 계좌를 노 전 대통령이 실제 소유한 차명계좌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에 맞섰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조 전 청장은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행정요원 2명 명의의 계좌 4개가 있었고, 수년간 15억원이 입금됐다"며 2009년 4월19일자 수사기록을 공개했다.

조 전 청장 측은 "2010년 3월 강연에서 밝힌 것처럼 차명계좌가 있었다는 사실은 기록에서도 확인된다"며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검찰이 수사를 덮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계좌 입출금 내역을 들어 이 같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15억원은 계좌에 입금된 돈을 모두 더했을 뿐 출금된 돈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무의미하다"며 "(계좌의) 평균 잔고는 300만원 남짓에 불과했고 그나마 초등학교 급식료, 공과금 납부 등 소액이 빈번하게 인출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조 전 청장은 4개 계좌 외에도 더 많은 차명계좌를 수사했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계좌에 든 돈을 실소유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고소·고발인 자격으로 증인신문에 응한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는 "피고인 측이 한 번만 사과했더라도 소를 취하했을 것"이라며 "처벌을 원한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차명계좌가 있다고 확신한다면 전직 경찰청장으로서 법질서 수호를 위해 권양숙 여사 등을 고발하면 되고, 사실이 아니면 무고죄로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 전 청장은 "차명계좌 발언 자체에 대해서는 유족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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