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잇단 검사비리에 어수선, 수사 속도 못내 - 법원선 굵직한 사건 새해 초 줄줄이 선고 예정

올해도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가운데 몇몇 주요 사건은 매듭이 지어지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4대강 사업 건설업체 담합ㆍ비자금 조성 의혹,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MBC 관계자의 대화내용 도청 의혹, CNK 주가조작 의혹 등이 종결되지 못한 상태로 내년을 기약한다.

법원에도 SK 최태원 회장의 횡령 사건, 삼성가 상속분쟁, 신한금융그룹 사태 등 초대형 사건이 연말을 넘겨 새해에 줄줄이 선고를 앞두고 있다.

지난 연말에 비하면 진행형인 채로 세밑을 넘어가는 주요 사건의 수는 적은 편이지만 사회적 관심을 끄는 사건이 다수 포함돼 처리 시기와 결과가 주목된다.

●4대강 담합ㆍ선거법 위반 여러 건 쌓여

4대강 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 민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9월 비자금 조성 혐의로 대형 건설업체들의 전ㆍ현직 대표 등 10여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를 포함해 여러 건의 4대강 관련 고발 중 담합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가, 공정위의 건설사 과징금 부과 의혹 사건은 형사6부에서 수사 중이다. 형사8부는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과 임원 등의 비자금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대우건설 비자금 조성 사건은 대구지검 특수부에서도 파헤치고 있다.

중앙지검 공안1부는 18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건의 선거법 위반사건과 고소ㆍ고발 사건을 수사 중이다.

또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과 MBC 관계자의 대화내용 도청 의혹은 중앙지검 형사2부와 공안1부가 각각 수사하고 있다. 도청 의혹 자체는 형사2부가, 전국언론노조가 최 이사장을 고발한 사건은 공안1부가 각각 맡고 있다.

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올해 초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관련한 CNK인터내셔널의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져 수사에 착수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밖에 특수2부의 목포 중소조선업체 수주비리 의혹, 강력부의 YTT 등 강남 일대 유흥업소와 경찰 유착비리 등도 현재진행형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하반기에 일어난 초유의 '검란'(檢亂) 사태와 잇단 검사 비리로 검찰 조직 전체가 어수선해진 탓에 일부 사건에서는 수사 동력을 잃어 처리가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기록 많고 판단 어려운 재판 산적

전국 최대 규모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 중인 주요 민ㆍ형사재판 가운데 상당수도 해를 넘겨 판결을 선고하게 됐다. 대부분 기록이 방대하고 판단이 까다로운 사건들이다.

특히 내년 1월 하순에는 법관 인사를 앞두고 굵직한 사건의 판결 선고가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선고를 지난 28일에서 내년 1월31일로 연기했다.

증거기록이 많은 데다 검찰과 변호인들이 결심 후에도 의견서와 참고자료를 상당량 제출해 최종 합의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이 재판부는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상득 전 의원 심리를 맡는 등 업무가 상당히 과중해 눈코 뜰 새 없는 연말을 보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내부 비리로 불거진 '신한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도 지난 27일에서 내년 1월16일로 미뤄졌다.

검찰과 변호인들이 증거와 의견서를 추가 제출해 선고를 연기하고 변론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민사재판 중에선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차명재산을 둘러싸고 장남 이맹희씨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이에 벌어진 상속소송이 단연 관심사다. 선고기일은 내년 1월23일로 예정됐다.

이밖에 삼성디스플레이가 9월 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유출했다'며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은 양측 변론이 길어지면서 심문 절차도 끝내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삼성그룹과 LG그룹 간 잇단 소송전에 포문을 연 사건이어서 대리인들이 '사생결단'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울고법에선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를 받는 중국인 류창(劉强)의 범죄인 인도심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11월5일 구속영장이 발부됐기 때문에 법에 따라 늦어도 내년 1월5일까지는 결정문을 내놔야 한다.

한 중 일 외교당국이 주시하고 있는 민감한 재판이어서 심문을 담당한 서울고법 형사20부는 기한에 임박해 합의와 결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간첩단 `왕재산' 사건 재판, 가수 박진영 표절 재판 등도 결심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다음 달 하순께나 판결 선고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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