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2TV 일일시트콤 ‘패밀리’서 ‘차도남’ 차지호역

 

 

 

 

극중 비호감 성격 때문에 걱정 앞섰지만

열희봉과 멜로라인 덕분에 호감도 쑥쑥

일부러 웃기는 연기 아닌 자연스러움 강조

색깔있는 대기만성형 배우로 남고싶어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내 연기의 방향이 틀리지 않구나’란 생각에 더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KBS 2TV 일일시트콤 ‘패밀리’에서 ‘봉지커플’을 향한 시청자의 반응이 뜨겁다.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를 뜻하는 속어) 차지호가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열희봉과 그려가는 멜로 라인은 ‘패밀리’가 뒷심을 발휘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외모, 능력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희봉을 향해 사랑을 아끼지 않는 차지호의 모습은 여성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심지호는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라며 “처음에는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 때문에 많이 걱정했었다”고 밝혔다.

그의 걱정에는 이유가 있었다.

차지호는 잘 나가는 바리스타지만 지나친 강박증과 냉소적인 성격으로 인해 다가가기 쉽지 않은 인물이다.

자신의 일에 실수가 없고, 남의 실수도 용납하지 못한다. 그러나 희봉을 만나면서 차츰 내면의 따뜻함이 드러난다.

심지호는 “초반에는 캐릭터의 병적인 부분을 일부러 부각하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뒷부분에 캐릭터가 변화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앞에서 좀 세게 표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보는 사람들이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할 정도로 연기하고 싶었죠. 호응이 조금씩 오다 보니 ‘이게 틀리지 않았구나’란 생각에 연기에 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가 보는 차지호는 어떤 사람일까.

“차지호는 ‘심플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자신이 짜온 틀 안에서 살다 보니 대인관계에 서툴고 사람들에게 차갑게 비치죠. 그런데 희봉을 만나면서 변하기 시작해요. 희봉이 지호의 진가를 끌어내는 계기가 되는 거죠. 차지호는 처음에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이런 느낌으로 희봉에게 관심을 갖게 됐지만 점점 재미있고 편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희봉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차지호와 닮은 점을 묻는 말에 심지호는 “사실 농도 차이만 있다”며 닮은 부분이 많다고 인정했다.

“전반적인 성향은 비슷한 것 같아요. 차지호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강박증이 전혀 없지는 않아요. 가끔 ‘뭐야, 얘는’ 이런 모습이 있어요.(웃음) 처음 보면 쌀쌀맞고 무뚝뚝해 보이는 것도 닮았고요. 그렇지만 친해지면 장난도 잘 쳐요.”

실제 희봉과 같은 여성이 자신을 좋아한다면 어떨까.

심지호는 “겪어봐야 알 것 같다”며 “희봉이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전혀 안 끌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희봉을 연기하는 박희본에 대해서는 “상대방을 빛나게 해주는 파트너“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호는 “희본이가 연기를 워낙 잘 해줘서 내가 살짝 얹혀가는 느낌”이라며 “스스로 거침없이 망가지면서 상대역이 더 빛을 발하게 해 주기 때문에 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희본 씨가 ‘커버’해줄 것 같은 믿음이 있다”고 깊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패밀리’는 현재 지상파에서 방송되는 유일한 시트콤이다.

MBC ‘엄마가 뭐길래’는 5%대 시청률을 기록하다 조기 종영됐고, SBS도 올해 초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 이후 시트콤을 내놓지 않았다.

‘패밀리’ 역시 초반 시청률이 한 자릿대 중반에 그쳤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에 탄력을 받으면서 지난 19일에는 10.1%까지 상승했다.

심지호는 시트콤의 부진에 대해 “경쟁하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패밀리’ 혼자 가다 보니 오히려 시청자의 관심을 덜 받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심지호에게 ‘패밀리’는 2002년 KBS 2TV ‘동물원 사람들’ 이후 10년 만에 하는 시트콤이다.

그는 “당시에는 망가지는 코미디 연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나 혼자 정극 연기를 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일부러 웃겨야지 하고 연기하지는 않아요. 소위 말하는 시트콤 연기를 하기보다는 늘 해온 생활 연기를 보여주려고 해요. 자연스럽고 디테일을 더 살리는 연기를 하려고 합니다.”

1999년 KBS 2TV 드라마 ‘학교2’로 데뷔한 심지호는 내년이면 데뷔 14년을 맞는다.

그는 “이제 외모에서 나이가 느껴진다”며 “현장에서 아무래도 여유가 더 생기고, 현장을 즐기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데뷔 초와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현재 방영 중인 KBS 2TV ‘학교 2013’을 보면 데뷔 당시 생각이 많이 난다는 그는 “요즘 후배들은 우리 때보다 풋풋함은 덜하지만 연기는 더 잘하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꾸준한 활동에도 심지호는 ‘학교2’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던 김래원, 하지원, 김민희, 이요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는 “아쉬움은 조금 있지만 아직 내 타이밍은 안 왔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늘 자신은 대기만성형이라고 주장한다는 그는 “잠시 빛나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신뢰받는 배우가 되는 게 그의 꿈이다.

“‘이 배우가 나오면 그 작품은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심지호란 배우가 걸어가는 길을 더 응원해 주시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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