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강추위에 기능성에 초점맞춘 불황소비 트렌드

 

예년보다 한층 추워진 날씨 덕에 ‘패딩’과 ‘내의’가 올겨울 의류패션 시장의 대세로 떠올랐다.

뚱뚱해 보인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패딩과 최근 몇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내의가 패션보다는 기능성에 맞춘 불황형 소비트렌드로 인해 판매실적이 크게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11월부터 매서운 추위가 시작되고 올겨울 북극한파가 예고되면서 패딩과 내의가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와 의류업체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올해 생산한 신상품 다운패딩 물량은 이미 지난달에 40% 이상 소진됐고 지지난해까지만 해도 슬림한 디자인의 경량 패딩이 인기가 있었지만 올겨울의 이른 추위는 두꺼운 헤비 패딩이 전체 패딩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주력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헤비패딩은 구스다운, 덕다운 등 충전제 함유량이 높아 몸은 뚱뚱해보이지만 그만큼 보온 효과가 높다.

패딩의 기세는 아우터를 넘어 신발, 모자 등 방한 패션상품까지 넘보고 있다.

패딩부츠는 가죽부츠, 양털부츠 등 방한슈즈를 제치고 겨울철 시린 발을 녹여줄 새로운 보온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런 패딩 열풍에 양털부츠 물량은 작년보다 줄인 반면 패딩부츠 물량을 30% 늘리고 브랜드도 확대했다. 최근 인천, 광주, 마산, 센텀점에서 연 방한슈즈 대전에서도 패딩부츠의 인기가 확인됐다.

아웃도어 브랜드인 K2는 패딩 비니와 귀를 덮는 스타일의 패딩 모자를 선보이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 신발바이어는 “패딩은 외부의 바람을 막아주고 눈이나 비에 강한 소재의 특성이 있다”며 “가죽 롱부츠, 앵클부츠 등을 찾던 여성고객들이 뚱뚱해보이는 것까지 감수하고 보온이 되는 패딩 부츠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는 이번 송년세일 기간에 모두 19차례의 아웃도어 패딩 행사를 예정했지만 이른 추위로 준비한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자 행사를 5차례 더 늘리고 투입물량도 지난해의 3배로 키웠다.

패딩과 함께 내의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발열(發熱) 내의 위주의 판매가 늘면서 겨울의류의 열풍이 됐다.

비싼 겉옷을 새로 장만하는 대신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속옷 내의로 추운 겨울을 견뎌보려는 불황소비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내의를 안쪽에 받쳐입으면 체온이 3~4도 올라간다고 알려진 대다 다양한 기능성 원단으로 기존 내복보다 신축성과 착용감을 높인 것이 인기의 요인이 됐다.

이마트에서는 11월 1일부터 12월 2일까지 내복 매출이 26% 늘어났는데 발열내의를 중심으로 한 얇은 소재의 내복은 매출이 42% 상승했으나 두꺼운 양면내복 매출은 오히려 8.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내의류에서 화두는 단연 유니클로 히트텍이다. 전세계 누적판매량이 2억장이 넘는 스테디셀러 제품인 히트텍은 지난 한해 국내에서 300만장이 판매됐는데 지난달 초 3일간의 사은행사 기간에만 150만장이 판매됐을 정도다.

올들어 추운 날씨로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으나 지난달 말 국내에 50만장이 긴급 입고돼 수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히트텍의 인기에 힘입어 쌍방울 트라이의 발열내의 ‘히트업’과 속옷 생산업체인 BYC, 비너스 등도 매출상승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으며 이마트는 반값 발열내의 ‘히트필’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올해 내의류 매출을 1조376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5%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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