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신 준 청양군 대치면 산업담당

결혼안해라는 일본드라마를 봤다. 서른 다섯 살 치하루라는 여자가 겪는 노처녀의 결혼 분투기다. 주인공 치하루는 여행회사의 계약직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최근 집에서 동생이 결혼을 앞두고 있는 처지다. 당연히 결혼하라는 주변의 압력이 만만찮다.

마흔 다섯 살 키리시마라는 여자도 등장한다. 가든 디자이너라는 일과 결혼했다고 공언하는 전문직 여성이다. 자신에게 일이란 절대 배신하지 않는 최고의 파트너라는 신념이 그녀의 삶을 이끈다. 남자없어도 삶이 불편하지 않으니 결혼이 필요 없다며 요지부동 혼자 산다.

또 한 사람 서른두 살 남자 쥰페이.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지만 먹고 살기 위해 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고 있다. 자신에게 결혼은 무리라고 지레 포기한 남자다. 자신의 인생도 무거워 쩔쩔매는 판국에 다른 사람의 일생까지 챙길 수 없으니 결혼은 당연히 노땡큐다.

결혼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 하고 싶지 않은 사람, 할 수 없는 사람의 세 종류 인간들이 엮어나가는 이웃나라 결혼이야기다. 사람사는 일 대개 비슷하다. 결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그들의 일상이 남의 나라 일 같지 않다. 결혼이라는 주제로 인해 제법 묵직한 뒷맛도 남는다.

어느 날 치하루가 근무하는 여행사에 전에 사귀던 남자친구가 찾아온다. 새로 만난 여자 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신혼여행 상담을 하기 위해서다. 어쩌다 보니 헤어진 사람이다. 싸운 것도, 딱히 싫은 것도 아니었는데 결혼할 생각도 들지 않았던 상대다. 그녀는 갑자기 조급해진다.

치하루는 결혼에 성공하기 위해 만나야 할 상대의 조건을 치밀하게 정한다. 주변의 권유로 선을 보기도 하고 능력있는 상사에게서 프로포즈를 받기도 하면서 결혼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다양한 일을 겪으며 조건에 맞는 남자를 찾는 일이 잘못된 생각임을 깨닫는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된다. 급기야 결혼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은 거라며 결혼에 매달려 왔던 자신을 반성하기에 이른다.

2012년도 일본의 생애 미혼율이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통계에 따르면 남성 5명 중 1명이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발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과 하고 싶어도 못한 사람을 포함한다. 자발적 비혼보다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미혼의 비율이 더 높다. 당연히 여성의 미혼율도 증가하는 추세고 아예 결혼을 않겠다는 사람들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요는 결혼이 쉽지 않은 것이다. 남녀가 처음 만나서 서로 마음이 통하면 함께 있고 싶고 대개 결혼이라는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묶이게 된다. 그게 DNA에 새겨진 자연의 섭리다.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꿈을 안고 결혼을 한다. 그러나 사는 게 어디 마음처럼 쉬운가. 평생 연애감정으로 살 수 없는 일. 그러니 결혼하고 나면 상황이 달라지게 된다. 경험자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결혼에 관한 진부한 시나리오 아닌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세상이 바뀌었다. 옛날에는 당연히 결혼해야 하는 걸로 알았지만 요즘은 선택사항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결혼에 신중해진 것이다. 20~30대에 결혼한다면 70~80세까지 두 사람이 50여년을 함께 살아야 하는 게 결혼이라는 제도다. 그 세월의 무게가 만만치 않은 걸 안다. DNA의 통제를 거스를 만큼 인간들이 지혜로워진 것이다.

두 사람이 조화를 이뤄야 오랫동안 함께 살 수 있다는 걸 안다.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삐걱거리지 않고 살 수 있다. 치하루가 조건을 찾다가 실패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물론 조건이 맞는 상대와 만나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세상에 50년을 버티게 할 수 있는 조건이 어디 있겠는가.

드라마는 행복을 상대방에게서 찾지 말라고 한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이지 말고 스스로 행복한 길을 찾는 것이 정답이라고 조언한다. 결혼은 제도에 불과한 것이다. 행복의 근원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

결국 키리시마도 쥰페이도 결혼하지 않는다. 세 사람 모두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자기 삶을 충실히 사는 길을 택한다. 자기가 스스로 삶의 중심이 되는 길이다. 행복은 상대에게서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행복해야 상대방도 더불어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PS. 결혼 안한 사람은 그렇다 치고 이미 결혼해버린 사람들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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