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삭 취재부 기자

새해 초부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50대 남성이 아들을 그리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2년전 홍씨의 아들이 납치됐다. 홍씨의 아들은 홍씨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송금해달라고 한 뒤 연락이 끊겼다. 송금받은 돈을 인출한 것은 홍씨의 아들이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홍씨 가족은 이날부터 생지옥이 됐다.

홍씨는 필리핀 대사관과 필리핀 한인커뮤니티를 통해 아들의 생사를 수소문했고, 아내는 아들을 찾아 두 차례나 필리핀에 방문했다. 하지만 아들의 생사조차 확인 할 수 없었다. 홍씨의 아들을 납치한 범인들은 지난 2007년 범죄를 저지른 뒤 필리핀으로 도피한 한국인 일당.

이들은 필리핀에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납치 강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현재까지 확인 된 것만 10여차례. 홍씨의 아들을 포함한 2명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도피 4년만에 붙잡힌 이들은 현재 홍씨 아들에 대한 범죄를 부인하고 있으며 한국으로의 송환도 어려운 상태다.

해외 도피사범을 송환하는 방법은 범죄인 인도 청구와 강제추방 등 두 가지, 한국과 필리핀 간에는 1996년 조약이 발효됐지만 단 한명도 인도받지 못했다.

범죄인 인도는 검찰과 법무부, 외교부와 대사관을 거치고, 상대국에서도 다시 비슷한 절차를 밟아야 해 보통 수년씩 걸리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다. 또 필리핀은 수사기관까지 부패해 돈이면 모두 해결되기 때문에 경찰에 붙잡혔다가도 도망가는 경우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 심각한 것은 경찰에 붙잡혔다가도 도주한 일당들이 한국관광객과 교민들을 상대로 강력 범죄를 일삼고 있다는 점.

홍씨의 아들 역시 이 같은 희생양이 됐고, 홍씨 역시 고통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외국과의 사법 공조 시스템을 재점검 해 홍씨 아들의 생사를 파악하고,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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