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사회통합위원홍성의료원장

 

 

세계화의 물결 속에 한국사회도 국제결혼이 늘면서 다문화가정이 많아졌다. 외래 진료를 하다보면 진료 차트와 입원실 문 앞에 쓰여 있는 익숙지 않은 이름들을 자주 보게 된다.

우리병원이 있는 홍성군에는 외국인과 외국인 자녀수가 2010년 기준 1639명에서 2011년에는 2100명으로 28%나 증가했다.

찾아오는 환자수도 2010년에도 2300여명, 2011년에는 4040여명이 진료를 받아 1년 새 두 배에 가까운 외국인 환자가 찾아왔다. 여기에 그들의 자녀까지 합친다면 다문화가정 환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농촌지역이어서 그런지 가끔 산부인과 병동에 가면 진료를 기다리는 외국인 산모들이 자주 보인다.

우리나라로 이주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새 가정을 꾸리고 행복해야 할 그들에게서 탄생될 2세들의 삶은 현시점에서 볼 때 그리 순탄치 만은 않은 것 같다. 종종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그들의 모습은 결혼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수많은 외국인 아내들이 의사소통의 문제, 남편의 폭행과 학대, 사회적응에 따르는 스트레스 그리고 사회적 편견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의 2세들 마저 가정 내 불화, 교육으로부터의 소외, 학교 내 따돌림 등으로 심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다.

이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할 때면 우리는 지금과는 또 다른 사회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 예상되기에 걱정이 커진다.

5000년 단일민족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던 우리 사회는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낯선 이방인들에 대해 냉소적인 면이 없지 않다.

이런 문제점은 결국 우리의 무관심, 우리의 차가운 시선과 편견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불과 40년 전만 해도 나라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말이 통하지 않는 이역만리 서독으로 이주해 온갖 차별 속에 광부로, 간호사로 힘들게 살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아픈 과거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지금 우리는 희망을 갖고 한국을 찾는 결혼 이주여성들의 꿈을 짓밟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다문화가족이 해마다 늘고 있고, 결혼이주여성이 국회의원까지 당선되고 있는 현실에서 문화와 언어 및 피부색이 다르다고 편견과 차별을 하는 미성숙한 사회는 이미 지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의라는 말보다 우리라는 말을 잘 쓰는 것 같다.

우리나라,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 등등. 그러나 과연 우리는 흔히 쓰는 우리라는 말에 한국에 정착하여 사는 외국인도 당연히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보석이 빛나는 것은 여러 가지 광물들이 어울려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법과 제도적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이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관심일 것이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그들의 마음에 상처와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관심을 가져준다면 더 이상 남이 아닌 함께 소통하고 함께 하나가 되는 진정한 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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