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존폐의 위기..무책임한 태도 맞지 않아" 쓴소리

민주통합당은 3일 대선 패배 이후 당 수습책을 마련할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위한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당의 원로인 상임고문단 오찬을 시작으로 4일 시도당위원장, 7일 전직 원내대표단, 8일 초선의원 간담회를 잇따라 개최한 뒤 9일 당무위-국회의원 연석회에서 비대위원장을 선출하는 일정표를 마련했다.

고문단은 오찬에서 비대위의 역할로 차기 지도부를 세우는 전당대회 전념, 총선·대선에 대한 엄정한 평가작업 수행을 꼽았다.

새 지도부를 빨리 선출해 쇄신을 맡겨야 한다는 '조기전대론'과 `관리형 비대위'에 방점을 둔 것으로서, 최근 당내 공감대를 얻고 있는 3월 전대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문단은 박 원내대표가 사심 없이 당을 위해 헌신할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토록 함으로써 박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또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자리에 있던 사람과 수수방관한 사람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비대위원장이 당의 개혁을 하기에는 버겁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통해 정면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고, 빠른 시간에 징검다리 형태로 비대위원장을 맡을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일부 중진과 친노(친노무현) 측에서 원혜영, 비주류에서 이종걸 이석현 이낙연, 일부 초재선그룹에서 박영선 의원을 추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세력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 한때 거론됐던 박병석 국회부의장 카드가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비대위에서 추진할 대선 평가가 계파 간 책임론 공방으로 비화될 수 있는데다 차기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비대위의 역할이 커 비대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신경전은 막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이날 고문단 오찬에서는 민주당이 존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반성이 절실하지만 무책임한 태도로 수수방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갈등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는 쓴소리도 이어졌다.

임채정 고문은 "민주당이 형해화될 가능성이 있어 당의 진로와 노선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지금처럼 수수방관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고, 다른 참석자도 "지금은 집에 불이난 재난 상황인데 책임지려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고문은 "민주당은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를 실패한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 정당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세균 고문은 "총선과 대선을 평가하지 않으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기 고문은 "당이 재기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인데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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