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 대둔산 수락계곡


 겨울, 기암절벽의 웅장한 산세 사이로 꽃이 피었다. 울긋불긋한 색이 아닌 새하얀 눈꽃이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대둔산(大芚山·해발 878m)은 화려한 눈꽃을 피워 새해 벽두부터 등산객들을 유혹한다.
올 겨울 대둔산은 ‘눈꽃’ 보는 재미에 또 다른 즐길 거리가 더해졌다. 1회 ‘대둔산 논산 수락계곡 얼음축제가 특별한 볼거리는 물론, 체험까지 선사한다. 새해 첫 주말 겨울방학을 맞아 가족과 함께 대둔산으로 떠나보자.
●호남의 소금강 ‘대둔산’
대둔산은 충남 논산시·금산군과 전북 완주군의 접경에 위치한다. 정상인 마천대(878m)를 중심으로 산자락을 가득 메운 바위 봉우리들은 마치 울퉁불퉁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보디빌더를 연상케 한다. 강원의 금강산에 버금가는 풍경의 대둔산 자락은 ‘소금강(小金剛)’으로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보통 오색단풍에 안긴 가을 대둔산을 먼저 연상하지만, 바위 봉우리 사이의 하얀 눈꽃의 신비로운 풍광을 보이는 겨울 대둔산도 무시할 수 없다.
대둔산하면 전북 완주군 운주면의 케이블카가 있는 구간이 제일 유명하지만, 보석 같은 얼음 빙벽으로 탈바꿈한 계곡들이 있는 논산의 동북쪽 벌곡면 수락리 방면은 겨울 대둔산을 더욱 값지게 즐기는 코스.
대둔산은 ‘두 얼굴을 가진 산’이다. 완주 쪽 대둔산이 기암괴봉으로 멋들어진 암석미를 뽐내는 반면, 논산 쪽의 산은 숲과 계곡의 아름다움이 빼어나다. 같은 산이면서 이처럼 판이하게 다른 인상을 주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대둔산 골짜기 중 가장 돋보이는 비경지대는 수락계곡이다. ‘물이 떨어진다’는 뜻의 수락(水落)이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줄지어 있는 폭포수가 장관을 이룬다. 선녀폭포, 꼬깔폭포, 수락폭포, 금강폭포, 비선폭포(은폭포) 등 이름 붙은 폭포 외에도 작은 폭포수들이 곳곳에 숨은 ‘폭포의 왕국’이다. 이곳은 오랫동안 인적이 거의 없는 오지로 방치되어 오다가 1990년대 중반에 진입로가 다듬어지면서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수락계곡은 봄의 진달래와 철쭉, 여름철의 시원한 계류, 가을 단풍 등이 철따라 색다른 매력을 뿜어내지만, 겨울 설경이 연출하는 황홀경도 엄지를 치켜세운다. 여름철 피서객과 가을 단풍객들이 물러난 겨울 계곡은 조용히 보석과 같은 얼음 빙벽으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겨울에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새해 초 이곳의 아름다움을 호젓하고 아늑하게 맛볼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수락계곡’ 겨울산행 묘미 만끽
이곳의 아름다움은 수락8경으로 요약된다. 군지계곡, 수락폭포, 마천대, 승전탑, 선녀폭포, 낙조대, 석천암, 마애불이 차례로 수락팔경의 1~8경으로 꼽힌다.
주차장에서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4경인 승전탑이 있다. 공비들과 싸우다 전사한 경찰관과 민간인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세운 기념탑이다.
이곳부터 본격적인 수락계곡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눈꽃이 화사한 길을 따라 걸으면 5경 선녀폭포와 3개의 철다리를 지나 2경 수락폭포에 닿는다. 폭포를 지나면 1경 군지계곡이 펼쳐진다. 기암절벽이 호위하듯 에워싸고 있는 깊은 협곡은 수락계곡의 백미. 그러나 낙석위험이 큰 탓에 출입 통제돼 있으니 그림의 떡일 뿐이다. 군지골의 금강폭포와 비선폭포도 마찬가지다.
수락폭포 옆 층계와 산길을 따라 가보자. 주능선 앞에 펼쳐진 산자락은 암봉 사이의 새하얀 눈꽃이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어 겨울 산행의 묘미를 알려준다. 선녀폭포와 수락폭포를 지나 만날 수 있는 길이 45m, 폭 1.05m의 군지계곡 구름다리도 빼 놓을 수 없는 코스다. 지상에서 47m에 걸려있는 이 다리는 튼튼해 보이지만 막상 걸어보면 고도감이 만만찮다. 바람에 흔들리기라도 하면 오금이 저려온다.
3시간 정도 오르다보면 산 정상에 위치한 바위에 도착한다. 대둔산 정상 ‘마천대’다.
신라 고승 원효대사가 ‘하늘에 닿을 만큼 높다’고 해서 이름 붙인 마천대(摩天臺)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곳에 오르면 사방으로 펼쳐진 풍경 그 자체가 한 폭의 풍경화다.
산 곳곳에 자리 잡은 나무들 사이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서리꽃들이 금강산도 부럽지 않은 장관을 연출한다. 가을이 울긋불긋 화사한 색의 정물화라라면, 겨울의 대둔산은 여백과 담담함을 보이는 수묵화라 할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멀리 마이산과 덕유산, 지리산 등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지고, 완주군 방면으로 눈을 돌리면 발아래 삼선계단과 금강 구름다리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경관이 압권이다.
완주 방면의 산길에 위치한 삼선계단은 길이 36m로 127계단이 경사도 51도의 각도로 세워져 있다. 그 아래의 금강 구름다리는 50m 길이의 다리로 높이는 81m에 이른다. 다리 가운데에 서서 보는 풍광이 아찔하다.
●얼음축제서 낭만과 추억을
대둔산의 환상적인 설경에 더해 올해는 또 다른 볼거리와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오는 5일 시작되는 1회 ‘대둔산 논산 수락계곡 얼음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2월 3일까지 30일간 이어지는 이 축제는 겨울의 낭만과 추억을 선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겨울방학을 맞아 겨울 산행은 조금 부담스럽고 아이들과 함께할 신나는 체험 장소가 고민이었다면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대둔산 수락계곡에서 정겨운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눈썰매도 타고, 떡과 고구마를 구워먹으면 어느새 그 시절 아련한 추억의 타임머신을 타게 된다.
올해 처음 열리는 논산 수락계곡 얼음축제는 다른 지역과 4~5도(℃)의 기온 차이가 나는 기후여건을 활용, 스토리가 있는 겨울축제,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축제로 진행된다.
얼음축제는 ‘고고! 씽씽! 대둔산 수락계곡 얼음나라로…’를 부제로 공식행사를 비롯해 얼음 봅슬레이, 이글루, 눈썰매장 등의 체험행사가 펼쳐진다. 이와 함께 대둔산 자락에서만 즐길 수 있는 얼음기둥, 빙벽폭포, 캐릭터 포토존 등 특별한 볼거리도 선보인다.
신나는 얼음 봅슬레이와 눈썰매도 즐기고 아름답게 조각된 작품들을 배경으로 멋진 추억도 남기고, 다채로운 겨울체험을 즐기다 보면 동장군 추위도 저절로 잊게 된다.
어느 해보다 때 이른 한파에 괜히 몸이 웅크려지는 계절, 올 겨울엔 가족들과 가까운 대둔산 수락계곡을 찾아 멋진 설경도 즐기고 수락계곡 얼음 축제에서 다양한 체험과 흥겨운 공연으로 훈훈한 행복 한 페이지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논산/류석만>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