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균 청주시 상당구청주민복지과장

제가 상당구청 주민복지과에 근무한지도 3년이 되어갑니다. 주민복지과는 지역 주민들에게 복지업무를 수행하며, 보다 더 좋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부서입니다. 주민복지과에는 사회복지, 가정복지, 통합조사, 통합관리담당이 있는데, 저는 그중에서도 희망복지지원담당에 근무 하면서 추진한 사항을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이 담당은 기존에 서비스 연계 팀을 확대?개편하여 통합사례관리업무를 강화, 담당하는 곳 입니다.

통합사례관리란 복합적 욕구를 가진 대상자에게 공공?민간의 급여, 서비스, 자원 등을 맞춤형으로 연계?제공하는 일을 하며,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례관리전문요원들이 그 역할을 수행해 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업무 처리를 하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습니다.

내가 사례관리요원과 60세 가량 된 여자 분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대문을 두드리고 문을 여는 순간 눈앞에 보이는 섬짓한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온 집안 가득히 모기향 냄새와 연기가 자욱했고, 여기저기 묻어있는 핏자국과 심지어 나의 발에도 차가운 핏덩이가 밟힐 정도였습니다.

나중에서야 안 이야기지만 그분은 자기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냄새를 없애기 위해 모기향을 피웠다고 합니다.

그분 말에 의하면, ‘자궁경부암진단 후 방사선치료를 받았으며, 가입해 두었던 보험()으로 치료를 하려고 하였으나, 큰 아들이 보험금을 착복 후 종적을 감추게 되자 변변한 치료를 하지 못한 채 방치되어졌다 합니다. 생사의 기로에 있던 그분은 주위에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호스피스 시설에 입소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그분의 유일한 희망이었겠지요?

우선, 초기 진단을 받은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무작정 전화를 걸어 그분의 진단서를 요청하는 것을 시작으로 충북대병원 응급실을 이용한 기록이 있다고 하여 담당 의사를 찾아가 소견도 들어보았습니다. 그 분은 사망에 이를 정도의 빈혈수치로 응급실을 이용하였다가 치료도중에 무단으로 퇴원하는 것을 반복하였고, 그 이유는 응급실 진료비를 지불하지 못하는 처지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다행히 지역의 도움을 주시는 분을 연계하여 기저귀 및 생활용품을 지원하고, 시청의 긴급구호비와 하나병원의 도움으로 정식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환자의 진단결과, 여성생식기에 심하게 누공이 진행되어 대변은 물론 소변까지도 질로 배출, 괴사가 진행되는 상황으로 암 치료보다도 후유증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신속히 충북대병원과 병원 내 사회사업실과의 협의를 통해 신루 및 장루수술을 진행하였고, 이후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대상자와 기초생활수급 보호를 통해 정기적인 의료혜택을 받도록 신청해 드렸습니다.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가족 찾기는 간간이 연락이 닿았던 여동생과 소식이 이어졌으며, 끝까지 부양의무를 기피했던 둘째아들을 어렵게 설득해 지역 내 호스피스 시설로 입소시켜 드렸습니다.

현재 그 분은 호스피스 시설에 입소한지 2개월이 되어가며, 시설생활에 잘 적응해 가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시설 입소만으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단절된 가족관계가 회복되지 않았고, 가족들은 환자의 보호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환자는 수혈을 통해 생명을 연장할 것인지 말기암 환자로서 임종을 준비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 상태로, 앞으로도 지속적인 개입과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 분의 바람대로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 고마움에 대한 보답은 물론,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분의 꿈이 정말로 이루어 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이번 겨울에는 어느 겨울보다도 유난히 더 춥다고 합니다. 이럴 때 일수록 주변을 더 돌아봐야 한다며, 오늘도 희망복지지원담당부서는 바쁘게 주변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들의 따뜻한 손이 오늘도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힘겹고, 차가운 손을 따사로이 잡아주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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