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의행<수산초·중 교감>


임진년이 가고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보신각 타종식을 온가족이 지켜보며 뜬 눈으로 밤새우던 섣달 그믐날밤, 창밖엔 축복의 눈발이 내 맘을 더욱 설레게 했다.
2012년은 독서의 해인데도 국민 1인당 10원의 예산을 세운 정부나 1년 도서비를 50만원도 못쓴 자신이 부끄러웠다.
신년 아침 아내와 눈밭에 발자국을 찍으며 영풍문고로 갔다. 가족 수 만큼 한 권씩 자랑처럼 사들고 왔다.
책속에 잘 생긴 혜민스님은 순간을 사랑하고 순간을 행복하게 살라고 하는데, 자식 놈이 학생이라 학비도 만만찮고, 어학공부도 해야하는 데 쉽잖은 일이고, 나 역시 우리 선생님들 학생들 학부모들 맛있는 독서를 활성화 시켜야 하는 데 걸리는 것도 많고 쉽지 않지만 분명 책 읽는 사회, 행복한 학교였으면 좋겠다.
필자가 어릴 적에는 골목마다 만화방이 많았고, 어딜가나 책읽는 소리가 들렸다.
낼이 시험인데도 재미있는 소설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독서문화는 암흑처럼 어둡다.
독서문화정책이 뒷걸음친 이유도 있지만, 생활 속에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우린 경제적으로 또는 산업화의 성공으로 화려해 보이지만, 문화나 국민의식 수준으로는 선진국이라 부르기엔 부족함이 많다.
독서분야에서만 본다면 인문학 철학의 부재, 비주얼과 대중매체 오염, 성인오락문화 범람, 땀의 소중함과 끈기 부족, 텍스트 위주의 독서 및 독서시간 부족, 청소년잡지 만화 빈약, 무조건적 독서강요, 가정독서의 절대부재 등이다. 독서의 위기인데도 유일한 희망이 학교다.
독서로 다(多)행복한 학교를 지향하는 도교육청에서는 아침독서 행복한 학교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여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충북교육은 2012 학업성취도평가 전국 1위로 연속 4연패를 달성했다.
영광의 바탕에는 무서운 독서력이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력관리를 잘해준 장학사님들과 일선학교 담임교사의 헌신이 바탕이 되었지만 주인공인 우리 학생들은 독서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해력과 사고력, 창의력과 상상력까지 머리를 활짝 열게 한 것이다.
나라가 어렵고 회사가 불황을 겪을 때 극복하는 최적의 방안은 무엇인가?
정답은 독서경영이다.
포스코의 CEO 정준양회장과 김종신 한수원대표이사 정만원 SK부사장 동화세상에듀코 김영철사장 그리고 대다수의 CEO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 외에 사회 저명인사들은 귀중한 서재에서 충전하고 부활을 꿈꾸기도 한다. 가정과 학교에서도 본받을 일이다.
충북의 초중고들은 아침독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부력만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다.
모 학교를 방문했을 때 그 교장선생님이 화장실에서도 책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모습이 오랫동안 존경스러웠다. 선생님은 독서삼매경과 아이들의 몰입, 지금은 당장 아니지만 미래의 결실이라 나는 믿는다.  
예산이 넉넉하면 선생님들 도서비를 지원해준다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색만 내는 몇 퍼센트 인상보다 더 따뜻하지 않을까 해서다.
금년에는 마을도서관도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750여개로, 인구 비례로 따지면 주요국 최하위 수준이다. 적어도 면단위에 한두 개는 있어야 한다.
그리고 책 읽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 수치로 나타나는 것만 공부가 아니다.
책은 보약이고 기초를 튼튼히 해주는 두뇌개발이며 체력이다. 아울러 저자와 출판사 뿐만 아니라 독서가도 존경하고 사랑하는 풍토가 되어야 한다.
청주가 낳은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작가를 보라. 1회당 1억을 벌지만 그의 긍정적 힘과 현대인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눈과 뛰어난 솜씨를 보라. 아무리 맛있는 드라마와 멋진 영상매체도 작가의 손에서 씌여진다는 사실을…
따라서 독서는 만사형통이고, 새해는 독서몰입의 해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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