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수필가

                                                           
  새해, 새싹, 새사람, 새집, 새마을, 새 옷, 새 정신, 새물, 새 것… 모두 앞에 ‘새’ 자가 들어간 낱말이다. 하나같이 깨끗하고 신선하며 희망적인 느낌을 주기에 즐겨 쓰고 싶은 말이다.
  새 집으로 이사하였을 때나 새 냉장고를 들여 놓았을 때 그 산뜻함에 누구나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쓸고 닦고 어루만지며 기뻐한다. 그것이 머지않아 ‘새’자를 떼고 평범하게 될지라도 ‘새’자가 붙어있는 한 특별한 사랑을 받는다.
  세월이 흐르면서 새 것은 낡아지고 쇠잔하여져서 헌것이 된다는 것이 세상의 순리의 법칙이다. 아무리 좋고 훌륭해도 세월이 지나면 시들해지고 볼품이 없어지게 마련인 것도 모르는바 아니면서 말이다.
   하지만 우주의 주관자이신 하느님은 씨와 열매를 주시어 동물이나 식물이 죽지만 새 것으로 다시 태어나 대를 이어 갈 수 있는 신비를 주셨다. 우리의 마음과 정신도 다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을 주셨다는 것은 여간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새해를 맞는 마음은 늘 새롭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지난해와 새해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와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좌절과 절망에도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그 희망을 쫒는 것이 사람만이 갖는 특권이며 축복인 것이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새날에 대한 기대는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계사년 뱀띠 해를 맞는 마음은 누구나 희망을 품고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이겠지만 뱀띠인 나로서는 더욱 그 의미를 되새기며 보람된 한 해를 설계하고 실천해야 할 의무감마저 느끼게 된다. 목표를 새롭게 세우고 지난해에 이루지 못한 일들을 이루고자 다시 결심도 하게 된다.
  이전 것은 지나갔다. 새로운 한 해라는 푸짐한 선물이 주어졌다.  미래는 언제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결국 내가 최선을 다해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 현재의 이 시각이다. 다시 주어진 365일에 감사한다. 1년 12달 총 8,760시간이 어마어마한 시간처럼 커 보인다. 하지만 세월은 쏜 살 같이 달려 갈 것이다. 이 시간들을 어떻게 쓸 것이냐는 전적으로 나 자신의 몫이다. 큰 행운을 바란다거나 기쁨만이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런 횡재는 본래 없는 것이다.
  다만 사소한 일상에서 주어지는 작은 기쁨들을 발견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밝게 해 주시며 나에게 주어지는 은총을 깨닫게 되는 지혜를 주십사고 기도한다. 원대한 꿈을 꾸기 보다는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면 그것이 한 해를 잘 살게 되는 결과의 열매라고 믿고 지금이 순간들을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련다.
  올 해는 나에게 사랑을 베푼 분들에게 은혜를 갚는 해이기를 소망한다. 둘러보면 남의 덕에 살고 있다는 것이 새록새록 느껴진다. 모든 것이 남의 덕분에 살고 있다는 고마움에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 제발 겸손하게 살 수 있도록 신의 은총을 간청합니다.
  신약성서 마태복음 9장 17절에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그래야 둘다 보존된다."고 했다. 여기에서 '새 포도주'란 기독교의 교리를 말하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새로운 사상이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식이 필요하게 된다고도 해석 된다.
  지난날이 어쨌든 다 지나간 일이니 연연할 것도 후회 할 것도 없다. 다만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으로 이끌 수만 있다면 그것이 감사한 일인 것이다. 새 부대를 마련하고 거기에 하루하루를 깨끗하고 정결하게 다듬고 채색하여 정성스럽게 담다보면 부대는 365개의 열매로 가득차며 거기서 숙성되고 성숙하여 맛좋은 포도주가 되지 않겠는가. 미움과 불평불만의 소리는 걸러내고 감사와 나눔으로 채울 수 있는 아량을 주십사고 기도 한다.
   올해는 나라의 여건도 좋지 않다고 한다.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둡다고 하지만 우리는 새 대통령을 뽑고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의욕에 차 있다. 이제 내 잘못은 없는 듯 서로가 남의 탓이라고 상대방을 손가락질하기 보다는 자신의 과오는 없는지 돌아보며 새로운 풍토를 만들어내는 일에 온 국민이 합심하는 모습이 아쉽다.
  헌 부대는 버리자. 새로운 가치관의 새 부대에 새 대통령을 앞세우고 새 정치를 할 때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약속받지 않겠는가. 48%의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를 보고 싶다.
  개인도 나라도 새 부대에 새 포도주를 담는 2013년이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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