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기 영 영동대 교수

최근 민간주도적 도시재개발사업의 폐해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관리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107월 관련 조례를 제정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추진위원회 및 조합임원의 선출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여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 정비업체와 시공사의 선정과정을 공공이 주도하여 조합과 업체 간 부패고리를 차단하는 것, 공공에서 초기 자금을 지원하여 추진위원회가 각 업체에 금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공공관리 제도로는 현행 도시정비사업 추진과정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에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총회의 주관권이 여전히 조합집행부에 단독으로 귀속되어 있어 조합선출 이후 시공사 및 정비업체와 유착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공공이 정비업체를 지정하는 것은 정비업체로 하여금 오히려 공공의 명분을 등에 업고 비합리적 사업추진으로 연결될 소지도 있다.

더욱이 시공사 및 정비업체로서는 공공이 새로운 로비의 대상이 되어 도리어 비용이 증가할 위험도 있다. 공공의 초기 자금지원은 공공관리 비용분에 국한될 뿐, 조합설립인가 단계의 필요지출분인 설계비와 용역비, 추진위 운영비 등의 여타 사업비는 여전히 자체 해결분으로 남기 때문에 정비업체와 시공사의 융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역시 조합집행부의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사업 추진에 있어 몇가지 개선방안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권한의 분산이 필요하다. 재개발 사업추진의 문제점은 각 사업주체의 이익에 직결되는 총회 의결과정을 조합집행부가 전권으로 주관한다는 것이다.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모든 계약사항, 시공사와 정비업체의 이익에 직결되는 모든 사항이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명시되어 있어 업체는 로비활동을 통해 총회를 주관하는 조합집행부와 유착할 유인을 항상 갖게 된다. 따라서 조합집행부의 권한 중, 의결권 행사 권한을 분리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총회는 대의원회의 의장 혹은 공공관리자 제도하의 공공위탁관리자 등으로 구성된 의결기구가 주관하고,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조합집행부는 업무추진상황 보고, 의결사항 반영 결의를 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조합원들은 집행부의 독단적 의결과정 방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정확한 정보전달 및 투명한 의결과정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또한 조합원들의 감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업진행기금의 조성이 요구된다. 현행 재개발사업은 사업 초기단계에 사업자금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자금조달에서부터 조합임원과 정비업체, 시공사가 유착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 추진위원회에게 개략적인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과 창립총회의 개최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기본단계의 계획, 설계, 동의서 징구 등의 업무를 유발해 초기에 필요한 자금을 정비업체로부터 융통받게 할 여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비업체는 초기대여자금 청산을 위해 시공사와 금전적 이해관계를 형성하며, 따라서 초기 대여자금의 원금과 이자에 대한 책임소지가 없다. 이처럼 조합과 정비업체, 시공사의 유착요인중 하나인 초기자금조달건의 투명성을 위해서는 독립적인 사업기금의 형성이 필수적이다.

공공관리제도 상의 공적자금 지원안은기금투입의 우선순위에서 형평성 문제를 낳고 있으며, 서울시를 제외한 지자체의 정비기금 부족은 제도의 실효성을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체 자금조달체계의 확립 필요성이 크다. 그런데 사업주체로서 부담해야하는 사업비에 대해 조합원들은 관리처분계획 인가시점 이전까지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으며, 그에 대한 책임과 의무에 대한 규정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 사업주체가 저지른 각종 비리가 소송 등을 통해 사실로 판명, 처벌을 받게 될 경우에는 해당 사건이 유발한 비용증가의 피해도 유발 당사자가 자력으로 배상하도록 법규상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업체들은 향후 배상금을 고려해 비리행위를 배제할 수 있으며 설사 비리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자 구제가 가능해져 무분별한 조합원 분담금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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