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가수·대형 기획사 동원 등 명성회복 안간힘

지나친 출연자 띄우기까지… 일부 ‘구조조정’전망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를 유혹한다.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만 해도 KBS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SBS ‘K팝스타 2’, MBC ‘위대한 탄생 3’, 엠넷 ‘보이스 키즈’ 등 지상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두루 포진해 있다.

그러나 그 화제성이나 영향력은 예전만 같지 못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10% 중반 대의 시청률로 꾸준히 동 시간대 1위를 달리는 ‘K팝스타 2’를 제외하면,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위대한 탄생 3’ 등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한 자리대의 저조한 시청률로 체면을 구겼다.

과거보다 힘이 빠진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전직 가수들의 재기를 돕는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처럼 변주를 꾀하거나, ‘K팝스타 2’처럼 대형 기획사의 전문성을 앞세우는 등 시청자를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포화 오디션… “구조조정 될 것”

지난 11월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엠넷 ‘슈퍼스타 K4’ 결승전 시청률은 8.4%(닐슨코리아.케이블 가입 가구 기준).

이는 같은 프로그램이 시즌 3에서 기록한 11.02%보다는 2.37%P, 시즌 2의 9.54%보다는 0.89%P 떨어진 수치다.

tvN ‘코리아 갓 탤런트’, ‘오페라 스타’ 등을 기획한 이덕재 국장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많이 만드는 것은 무의미할 정도로 포화 상태”라며 “재미를 주는 장치를 극대화하는 구성 등을 통해 ‘아주 실패하지 않을 정도’로 방어하고 있는 것”이라고 현 상태를 짚었다.

SBS ‘K팝스타 2’의 남승용 CP는 “경쟁력이 없는 프로그램은 사라지는 쪽으로 구조조정이 될 것이다. 2개 정도 살아남지 않을까 한다”며 “제대로 스타를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만 살아남아 좋은 출연자가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동보다 실력… 출연자 나이는 ↓

‘감동보다는 실력, 고음보다는 개성, 나이 많은 출연자보다는 어린 새싹으로.’

방송 중인 프로그램 가운데 독보적인 인기를 달리는 ‘K팝스타 2’를 통해 본 오디션의 최근 경향이다.

‘K팝스타 2’는 기존 오디션들이 갖가지 기구한 사연을 지닌 출연자를 부각시켜 ‘감동 스토리텔링’으로 눈물샘을 자극한 것과는 달리 철저하게 ‘될 성싶은 떡잎’을 추려내는 데 충실하다.

보아·양현석·박진영 세 심사위원은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십분 살려 시청자들이 미처 눈치 채지 못한 출연자의 장·단점까지 섬세하게 짚는다.

특히 대형 기획사의 전문적인 매니지먼트를 체험하는 것은 ‘K팝스타 2’만의 시스템. 그동안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 배출한 가수 가운데 허각·버스커버스커 이외에는 좀처럼 가요계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게 현실이기에 SM·YG·JYP 3대 기획사는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이는 우승자의 추후 행보가 해당 프로그램의 위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 종합편성채널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준우승까지 차지하고서도 소속사를 찾지 못해 ‘K팝스타 2’의 문을 두드린 송하예 출연자의 사례가 대표적.

남승용 CP는 “시즌 1도 대박이 났는데, 시즌 2는 동영상이나 검색어 조회 수가 3배 정도 된다”며 “오디션 프로가 신선하지는 않지만, ‘K팝스타’는 포맷도 다르고 확실한 스타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는 분명 이뤘다”고 자평했다.

또 “오디션 프로그램의 생명은 심사위원과 참가자”라며 “우리 심사위원은 의심할 여지 없이 최고다. 출연자도 지난 시즌의 톱10이 전부 가수가 됐기 때문에 성과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K팝스타 1’의 준우승자 이하이는 지난해 YG에서 데뷔하자마자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K팝스타 2’에서 두각을 드러낸 남매 2인조 악동뮤지션(이찬혁·이수현)은 각각 17·14세, ‘리틀 마이클 잭슨’이라 불리며 극찬을 받은 방예담은 겨우 11세다. ‘위대한 탄생 3’에서도 10대 출연자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엠넷은 아예 ‘보이스 코리아’의 어린이 버전 ‘보이스 키즈’를 내놨다.

이 또한 고음·감동에서 개성·장래성으로 심사의 축이 옮겨가는 경향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나친 출연자 띄우기 눈살

스타성을 지닌 출연자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다보니,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너도나도 출연자를 ‘천재’로 포장하는 부작용도 드러낸다.

엠넷은 ‘슈퍼스타 K4’ 우승자 로이킴과 톱3 정준영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위대한 탄생 3’도 한동근은 ‘리틀 임재범’, 전하민을 ‘아픈 천재’, 이형은을 ‘리듬 천재’로 포장했다. ‘K팝스타 2’도 악동뮤지션, 방예담, 윤주석, 최예근 등의 출연자를 가리켜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 ‘느낌이 왔다’ 등의 각종 미사여구를 동원해 띄웠다.

참가자를 최대한 홍보해야 그다음 시즌의 성공이 보장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것.

SBS 남승용 CP는 악동뮤지션을 예로 들며 “그 나이에 그렇게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은 그야말로 천재”라며 “10대 아마추어가 ‘다리꼬지마’·’매력있어’ 두 곡으로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이것은 기성 기수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심사위원들이 워낙 독해서 제작진들이 아마추어인 만큼 칭찬을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라며 “자신들이 감동하지 않으면 잘하는 출연자도 가차없이 떨어뜨리는 심사위원들이다. 그분들은 받은 느낌 그대로 평가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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