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회 앞두고 참사…경찰, 화재·폭발 원인 조사

광주의 지하 기도원에서 불이 나 부부 등 4명이 숨졌다.

14일 오전 9시 45분께 광주 북구 오치동 한 건물 지하 H 기도원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났다.

이 불로 구모(65)·장모(여·57)씨 부부와 원장인 나모(여·52)씨, 척추장애가 있는 이모(여·64)씨 등 4명이 숨졌다.

불은 600여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내고 119에 의해 22분 만에 진화됐다.

●소규모 기도원 부흥회 앞두고 참사 = 사망자들은 지상 3층, 지하 1층 건물 지하에서 이날 오후부터 17일까지 예정된 신년 부흥회를 준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지하는 다용도실 등 방 3개가 왼편에 나란히 있으며 우측 공간은 예배당이었다. 오른편 구석에는 작은 주방도 마련됐다.

구씨는 예배당에서, 여성 3명은 방(1명)과 주방(2명)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기도원은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이다. 건물 1~2층은 비어 있었고 3층은 기도원 관계자들의 주택으로 이용됐으며 건물 내 다른 피해자는 없었다.

기도원은 132㎡의 소규모라 종교시설이 아닌 근린생활시설에 해당, 별다른 소방설비를 갖추지 않고 소화기만 비치해둔 것으로 확인됐다.

기도원은 일반적인 교회와는 달리 질병 치유나 개인적인 염원, 영적 수양 등 특별한 목적으로 기도를 드리는 곳이다.

●강한 폭발음·화재 원인은? = 인근 주민들은 사고 당시 강한 폭발음을 들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유리 파편과 벽돌 조각도 나뒹굴었다.

그러나 LP 가스 폭발 가능성을 조사한 경찰은 폭발로 인한 화재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발생한 화재로 뭔가가 폭발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LP 가스통이 폭발했다면 현장 훼손이 더 심했을 것이라는 소견을 제시했고 건물 밖에 있는 LP 가스통은 지하 주방의 가스레인지와 연결돼 있지도 않았다.

예배당에 있던 구씨가 화상을 입은 것 외에 다른 사망자들에게는 특별한 외상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들은 건물 내 방음재 등이 타면서 발생한 일산화탄소에 질식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질식사가 유력한 만큼 가족과 논의해 부검은 하지 않기로 하고 화재원인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입구 부분이 가장 많이 탄 점으로 미뤄 불은 입구에서 예배당 방향으로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폭발음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가스가 누출되거나 폭발을 일으킬 만한 물품은 아직 눈에 띄지 않았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을 정밀 감식해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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