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국토·교과·행안 조직방어 총력..중기청·복지 '몸집불리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조직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부처 간 영역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이르면 18일 발표되는 조직개편안에 따라 업무 범위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물론 조직의 위상이 크게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부처들은 14일로 나흘째 진행된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공약 기조를 최대한 자기 조직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면서 종전 업무를 강화하는 논리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박 당선인의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해양수산부 부활 △정보방송통신 전담조직 신설 공약에 따라 조직 규모가 줄어들게 된 지식경제부·국토해양부·교육과학기술부 등은 조직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박 당선인의 중소기업 육성·복지국가 국정목표에 따라 위상이 강화될 중소기업청·보건복지부 등은 최대한 몸집불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박 당선인이 최근 부처별 업무보고와 관련,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는 점도 정부부처의 소극적인 보신주의와 함께 조직 이기주의를 포괄적으로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부처 영역다툼은 조직개편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5년전 이명박 인수위도 중앙부처를 18부4처에서 13부2처로 줄이는 '작은 정부' 구상을 내놨지만, 국회 논의 단계에서 당초 폐지 대상이던 통일부와 여성부가 되살아나면서 15부2처로 조정됐다.

●경제부처 '과학기술ㆍ중소기업' 이슈에 촉각

현 정부에서 '힘센 부처'로 여겨졌던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는 일부 조직를 신설 부처에 내어줄 상황에 직면해있다.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최대 관심사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 업무에 더해 미래전략 수립, 지식생태계 구축과 보호, 융합형 연구공동체 지원 등의 업무까지 도맡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에 기술정책 업무를 빼앗기게 된 지경부는 R&D 확대와 신성장산업 육성 등을 담은 맞춤형 업무보고를 통해 조직의 존재감을 최대한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업무보고에서 아예 과학기술 연구개발(R&D)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 꼽히는 미래창조과학부를 겨냥한 셈이다.

정보방송통신(ICT) 전담조직도 변수다.

방통위는 그간 합의제 위원회 조직의 한계를 지적하며 부(部) 단위의 ICT 전담부처 신설을 강조하는 쪽으로 부처 확대를 노리고 있다.

5년만에 부활하는 해양수산부에 해양수산정책과 수산정책을 각각 빼앗기게 된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극히 민감해하는 분위기다.

농림부는 오히려 수산정책을 해양수산부에 내주는 대신에 식품의약안정청으로부터 식품안전 관리 업무를 가져와 식품관리 정책을 총괄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중소기업 정책을 어느 부처에서 총괄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을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피력해온 만큼 새 정부의 `중소기업 컨트롤타워'에 상당한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우선 중소기업청은 차관급 외청에서 장관급 독립기구인 `중소기업위원회'로 위상을 격상시키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중기청 내부에서는 지식경제부가 담당하는 중견기업 정책까지 자신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지경부에서는 중기청이 규모를 기준으로 기업을 나눠 정책을 펼치는 것이어서 기업의 성격에 따라 접근하는 현 정부조직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복지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세수(稅收) 확보 문제와 관련해선 기획재정부 산하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FIU의 고액 현금거래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FIU는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비경제부처, 복지강화ㆍ정부3.0에 '촉각'

비 경제분야 부처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정부 3.0', '복지기능 강화', '4대악 근절'을 주도적으로 실행한 부처를 자임하면서 각자 업무영역을 두고 공방이 치열하다.

특히 정부 조직개편의 방향이 분야별 컨트롤타워를 두는 쪽으로 결정되면 복지 컨트롤타워를 놓고 부처 간 한바탕 샅바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복지 컨트롤타워로 유력시되는 보건복지부는 복수차관제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등 벌써 영역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여성 복지(여성가족부), 아동 복지(교육과학기술부), 근로 복지(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의 업무 영역을 넘보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행정정보 공유와 데이터 축적 등을 구현하겠다는 정부 3.0은 행정안전부가 촉각을 세우는 공약이다.

전자정부 기능이 신설이 유력시되는 ICT 전담 부처로 옮겨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새 정부가 독립된 공무원 인사전담 기구를 설치할지 여부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참여정부 때처럼 중앙인사위원회를 별도 조직으로 두면 공무원 인사정책 업무를 총괄하던 위상이 추락할 수 있다. 관련 3개국 9개과에 소속된 적지않은 인원은 5년만에 다시 짐을 싸야 할 처지가 된다.

재난위기 대응 시스템을 일원화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재난·위기대응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지면 행안부는 재난안전 업무도 떼어줘야 할 판이다.

행안부는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권을 노리는 금융위원회를 방어하면서 지식경제부가 관리하는 우정사업본부를 호시탐탐 노리는 형국이다.

교과부는 박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신설에 무게가 실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영향권에 놓였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교과부의 과학기술 업무에다 국가과학위원회의 기능을 가져갈 것으로 점쳐져 기존 조직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교과부에 소속된 옛 과학기술부 소속 공무원들은 미래창조과학부로 교과부의 대학교육 관리 업무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콘텐츠 사업 주도권을 놓고 또 한 차례 격돌했다.

두 부처 모두 박 당선인의 콘텐츠 관련 공약을 업무보고에 넣어 '영역 표시'를 할 계획이다.

이 밖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박 당선인이 4대악으로 꼽은 불량 식품 근절을 위한 식품안전 분야의 컨트롤타워를 놓고 농림수산식품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식약청은 새 정부에서 해수부가 부활해 농식품부에서 수산 관련 기능이 빠지면 식품안전을 총괄할 독립 조직은 식약청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국토부를 대상으로 수량(水量) 관리 업무를 내놓으라고 요구할 태세다. 해수부 독립으로 조직이 위축된 국토부는 고개를 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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